과학기술 현장에서 나오는 연구성과는 저마다 '스토리'를 가졌다. 연구책임자를 중심으로 한 '랩(연구실)'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 넘게 하나의 연구성과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 매주 수요일 우수 연구성과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는 디스플레이와 센서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교환하려면 정보를 모으고 표시하는 장치가 필수다. 국내 연구진이 센서와 디스플레이 기능을 통합한 차세대 기기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박철민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지문 등 인체 정보를 감지하는 동시에 시각화하는 '유기발광보드(OLEB)'를 개발했다. 단순히 정보를 표시하는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구분하기 위해 'OLEB'로 명명했다.

박 교수팀이 개발한 OLEB는 아주 얇은 보드 위에 전도성이 있는 재료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기존 터치스크린이 접촉 여부만을 인식했다면 OLEB는 신체 정보를 디스플레이에 바로 띄운다.
디스플레이에 띄운 정보를 보면서 손으로 특정 영역을 표시하는 식이다. 양방향(Interactive)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획기적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 교수는 “지문 같은 전도를 띄는 생체정보를 감시하면서 동시에 이미지로 표시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라면서 “향후 휴대용·차량용 디스플레이, 광고용 스마트 윈도에 적용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의 출발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박 교수는 원래 직류 기반 디스플레이가 아닌 교류 기반의 유기 디스플레이를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전기전도체 유무에 따라 디스플레이 발광 성능이 달라지는 점에 착안, 전도성 잉크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보드를 개발했다.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전도도를 가진 인간의 몸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 때문이다. 전도성 잉크가 아닌 사람의 손, 지문을 인식해 띄우는 OLEB를 개발하는 구상의 시작이다.
박 교수는 이른바 '커스터마이즈 디스플레이'의 사용성을 크게 높였다. 커스터마이즈 디스플레이는 TV처럼 일괄적으로 내용을 전하지 않고 사용자 중심으로 정보를 활용하고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다.
박 교수는 연구 성공을 '실행의 중요성'으로 설명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아이디어를 실험과 연구로 연결시키는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실험이 핵심 연구가 됐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호기심을 생각에 그치지 말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