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 <102>“국민과 함께 해야 성공한다”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장

박현모 소장은 “리더들이 가장 경계해야 점은 독선과 불통 리더십”이라며 “차별 없이 인재를 발굴하고 토론을 중시하며 해법을 찾아 개선하는 소통의 세종 리더십을 리더들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박현모 소장은 “리더들이 가장 경계해야 점은 독선과 불통 리더십”이라며 “차별 없이 인재를 발굴하고 토론을 중시하며 해법을 찾아 개선하는 소통의 세종 리더십을 리더들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종대왕 전도사다.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의 인생항로는 세종을 만나면서 180도 바뀌었다. 그에게 세종과 만남은 운명이었다. 그는 2005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는 미국과 일본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세종실록을 강의하고 있다. 세종은 박 소장을 통해 시공(時空)을 초월해 현세(現世)를 살고 있다. 그는 한 번 읽는데 6개월 걸리는 1만8000쪽 세종실록을 13번째 읽고 있다.

박 소장을 지난달 28일 오후4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실에서 만나 세종의 인재경영과 지식경영, 소통 리더십 등을 들어봤다.

-최근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점은.

▲누구나 잘하는 한 가지 능력(人有一能)은 갖고 있다. 능력에 따라 일을 맡기고 힘을 실어주는 게 지도자가 할 일이다. 한 시대가 부흥한 것은 그 시대 인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고, 발탁해 일을 맡겼으면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이 있으면 일을 맡기지 않았다. 세종은 동래현 관노인 장영실을 발탁했고 무관인 최윤덕에게 문관 일을 맡겼다. 황희 정승도 세종의 왕위 계승을 반대해 귀양까지 간 인물이었다. 세종은 사람을 쓸 때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잘 발휘하게 했다. 그런 것이 세종시대 가장 융성한 창의 시대와 태평성대를 이루게 한 것이다. 고위공직자 인사 기준을 정하는 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원칙론에 빠지면 정쟁의 소지만 만든다. 지나치게 청렴한 이는 무능한 인물일 수 있다. 요즘처럼 신상털이를 하면 능력 있는 인재는 숨어서 세상에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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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인사 기준은.

▲거현(擧賢)보다 득용(得用)이었다. 거현은 자리다. 득용은 정책이다. 즉, 아이디어다.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를 채택하지 않으면 발탁한 관료는 인간 병풍에 불과하다. 신입사원은 기존 직원보다 아이디어가 많다. 반면 기존 직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그건 안 돼” “내가 해봐서 아는데” 같은 '안 되는 문법'에 익숙하다.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많다. 세종은 경연(慶筵)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경연은 임금과 신하들이 고전을 읽고 공부하면서 당면 현안을 해결하는 자리다. 경연에는 집현전 학사를 비롯해 사관, 승지 같은 젊은 부류들과 재상들이 동시에 참석했다. 젊은 부류들이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내면 국정 경험이 많은 재상들은 아이디어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모색했다. 경연 내용은 사관 2명이 소상히 기록했다. 세종은 이런 식으로 국정 성과를 냈다.

-탕평(蕩平)은 하지 않았나.

▲탕평은 조선 후기 영조와 정조때 나타난 정치형태다. 당파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을 고루 등용해 정치 안정을 도모한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탕평은 필패(必敗)의 수다. 이건 지역을 고려한 인사정책이다. 영조와 정조때 탕평정치를 했지만 결과는 실패했다. 자리 주는 거현 탕평은 실패한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나 정책을 채택하는 득용 탕평은 성공한다. 좋은 정책은 지역이나 정당 구분 없이 얼마든지 채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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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어떻게 발탁했나.

▲인재를 발탁할때 신분이나 학파, 지역 등을 따지지 않았다. 세종 지시로 당시 지방 수령들은 의무적으로 인재를 추천했다. 가장 많은 인재를 추천한 이가 황희다. 야인 정벌의 최윤덕, 장영실도 황희가 추천했다. 황희가 청백리는 아니었지만 세종은 그의 업무처리 능력을 높이 샀다. 그가 나서면 모든 게 풀렸다. 인재 검증은 이조판서 허조가 담당했다. 발탁한 인재를 성균관에서 교육하고 집현전에 배치했다. 세종은 성균관에 목욕탕을 만들고 의사를 상근 배치해 인재 양성에 많은 노력을 했다.

-세종은 신하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나.

▲세종은 소통 달인(達人)이었다. 세종은 크게 5가지 소통방식을 이용했다. 첫째,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대화 시작이다. 일단 질문을 하면 신하가 대답을 안 할 수가 없다. 둘째, 신하가 비판적 말을 해도 수긍하는 답변을 했다. “그대 말이 옳도다.”라는 식이다. 셋째, 더 자세한 내용을 요구한다. “내가 잘 모르니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을 말해다오”라고 말한다. 임금이 모른다니 신하는 더 열심히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하기 마련이다. 넷째, 연결하는 소술(所述)을 잘했다. 세종은 사람과 사람, 말과 일을 연결했다. 다섯째, 다 듣되 최종 결정은 세종이 내렸다. 세종은 “내가 최종 판단해보니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모두 내 뜻을 따라 달라”고 말했다. 세종은 질문으로 말문을 열고 겸손하게 연결하되 최종 결정은 자신이 내렸다.

-경청하려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크게 세 가지를 잘 해야 한다. 우선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 듣기 싫은 말, 비판하는 상대 말은 끝까지 잘 들어야 한다. 중간에 화를 내면 다음부터는 고언(苦言)이나 직언(直言)을 하지 않는다. 다음은 다 듣되 옳은 이야기를 가려서 듣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말만 그럴 듯하게 하는지 이치에 맞는 말을 하는지 가릴 실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믿고 맡기는 위임(委任)이다. “그 일을 경이 책임을 지고 해 보라”고 하면서 맡겼다. 세종은 이 세 가지를 다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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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지식경영은 어떻게 했나. 당시 한글 창제를 비롯, 과학기술을 꽃피웠다.

▲세종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글 창제를 했다. 그뿐이 아니다. 농업과 과학, 인쇄술 등에서 세계과학기술사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이런 위업을 이룬 것은 IU법칙 때문이라고 본다. 나는 IU법칙이란 논문도 발표했다. 모방(imitate)과 개선(improve), 발명(invent), 그리고 활용(utilize)을 말한다. 세종은 우선 원하는 게 있으면 사전에 그런 게 나와 있는지를 조사했다. 자격루를 만들 때도 사전에 중국 시간 제도를 연구했다. 그걸 토대로 개선해 보고 안 되자 물시계를 만들었다. 모든 일을 그런 방식으로 진행했다.

-세종이 세계최초로 시행한 제도나 정책은.

▲노비 출산 휴가제는 복지정책의 시발점이다. 재위 8년 세종은 7일에 불과하던 여자노비 출산휴가를 130일로 늘렸다. 세종은 이어 노비남편도 한 달 동안 출산휴가를 보냈다. 파격이었다. 세제개혁을 위해 17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주민투표를 했다. 해시계를 만들어 종로 네거리에 내놓고 측우기를 제작해 전국에 표준시간을 알렸다. 이 밖에 많은 제도나 정책을 시행했다.

-공직자나 CEO가 가장 경계해야 점은.

▲독선과 불통 리더십이다. 세종도 실패한 정책이 있다. 세종 초기 화폐개혁을 할 때 동전을 백성이 사용하지 않으면 가산을 몰 수 했다. 당시는 물물교환을 하던 시절이었다.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었다.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도성에 불을 질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백성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정치인이나 최고경영자는 위민(爲民)아 아닌 여민(與民)을 해야 한다. 어떤 일이건 함께 해야 한다. 차별 없이 인재를 발굴하고 토론을 중시하며 해법을 찾아 개선하는 소통의 세종 리더십은 공직자나 CEO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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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필수 덕목은.

▲국가경영 능력인 경국(經國)이다. 정치는 일단 성과를 내야 한다. 성과는 없고 말만 그럴 듯하게 하면 국민이 불신한다.

-세종실록을 13번째 읽는데 이유는.

▲세종실록은 미래예측서다. 그 안에 미래전략과 판단력, 추진력, 소통방법 등 좋은 텍스트가 다 있다. 세종실록을 100번 읽으면 현인이 된다고 생각한다.(웃음) 나는 어려울 때 실록을 읽는다. 두 번째 읽을 때는 150쪽 세종정치 일지를 만들었다. 맥락을 파악하고 나자 가는 곳마다 세종이야기만 했다.

-앞으로 계획은.

▲2018년이 세종 즉위 600돌이다.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을 기념기간으로 정해 세종즉위 재현, 국제학술대회 같은 행사를 개최한다. 또 여주와 세종시, 청주, 종로, 울산, 온양, 파주 같은 관련지역에서 행사를 연다. 지난해부터 준비위를 구성했다. 내가 사무총장을 맡아 준비 중이다. 세종시대 문헌 정보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다. 석사 과정에서 읽은 책의 한 문장이 새로운 길을 가게 해 준 추동력이다. 내 학문 방향설정의 나침판 역할을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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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과 취미는.

▲세종어록인데 “범사에 온 마음을 기울여 다스리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라는 것이다. 취미는 영화 감상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함평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박 소장은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석사 과정까지 막스 베버의 이론을 연구했으나 박사 과정부터 한국 정치사상으로 연구 분야를 옮겨 성왕론(聖王論)을 주창한 정조의 리더십을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조선 왕들의 롤모델이 세종대왕임을 알았고 평생 세종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2005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세종실록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2500명이 이 학교를 수료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과 (사)한국형리더십개발원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세종의 서재, 세종처럼, 세종의 수성 리더십, 세종의 적솔력 등 세종관련 서적만 10권에 달한다.

이현덕 대기자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