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준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창업자를 재벌 총수로 지정해 규제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이전 재벌과 다른 지배 구조를 주장하는 네이버의 주장이 팽팽하다.
새로운 기업집단과 지배 구조를 정부가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주요 이슈다. 특히 이전과 달리 네이버에만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라는 정성 기준 적용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네이버는 이달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면서 다음 달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 지정이 유력시된다. 네이버도 “기업 성장에 따른 외부 감시는 필요하다. 순환 출자, 일감 몰아주기 없는 단순하고 투명한 구조여서 큰 부담은 아니다”며 수용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해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의 총수 지정이 형성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인 반면에 공정위는 이 창업자의 실질 지배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지난 21일 “해당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질적 영향력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행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에서 동일인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공정위는 이 법 시행령을 통해 의결 가능 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소유한 '주식 소유 관계'와 임원 구성, 사업 운용 등에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 여부 등 두 가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소유 주식 4.31%는 공정위 지분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2003년 10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소유 주식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친인척 소유 주식도 전무하다. 현재 네이버 최대주주는 지분 10.6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에버딘과 블랙록이 5%가 조금 넘는 지분을 소유한 2, 3대 주주다.
일부 재벌 그룹처럼 적은 지분으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순환 출자 구조도 아니다.
네이버는 대부분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투명하고 단순한 구조다. 일각에서 이 창업자의 네이버 자사주(11%) 의결권 행사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지배적 영향력'의 적용 여부다.
당장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재벌이 소유한 '지배적 영향력'과 이 창업자가 가진 전문 경영인으로서 경영권, 네이버·라인 창업 성공을 바탕으로 한 발언권을 동일하게 취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창업자는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초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완벽한 전문 경영 체제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지분도 낮아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처럼 성과에 따라 회사에서 밀려날 수 있는 구조다.
지분율과 지배적 영향력이 충돌할 때 어떤 것을 우선할지도 모호하다.
공정위는 5월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 집단을 발표하면서 롯데그룹 총수로 신격호 총괄회장을 지정한 것이 대표 사례다. 당시 지배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분은 신 총괄회장이 각각 가졌다.
이 창업자의 동일인 지정 논리와 배치되는 결정이다. 일관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다.
네이버는 기존의 재벌이 가진 기업과는 태생과 발전 과정에서 다른 기업집단군이다.
한국형 재벌 구조가 아닌 미국식 기업 구조에 가깝다. 판단 기준 역시 달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총수의 기업 절대 지배를 우려한 공정위의 결정이 오히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동일인 지정이 이뤄지면 오히려 책임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관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역설이다.
네이버의 국내외 이미지와 브랜드 타격도 우려된다.
새로운 기업집단에 기존 재벌의 안 좋은 이미지만 덧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기존 재벌 조직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최근 세계적 인공지능(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의 인수전에서 적은 금액으로 승리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
이재웅 포털 다음 창업자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는 창업자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이상적 지배 구조를 스스로 만든 기업에 대기업 지정이나 총수 지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 요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