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전기차 보급 예산을 당초 3만대 물량에서 2만대로 깎았다.
새해를 불과 50여일 앞두고 내린 결정이라 업계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정부 계획만 믿고 부품 수급 등 사업 전략을 수립한 국내외 완성차 업계와 보급 목표치를 채워야하는 환경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내년 신형 전기차 구매를 기다렸던 소비자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12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전기차 예산을 2만대 분량, 개별 1200만원씩 일괄 지급하기로 내부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전기차 보급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이미 수차례 전달됐다. 불과 내년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지난 2014년 정부가 공표한 '친환경차 민간 보급 국가 로드맵'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단번에 갈아엎은 셈이다.
또 기재부가 1200만원 일괄지급을 주장하면서 환경부가 주행성능 등에 따라 최소 800만원에서 1400만원까지 차등 지원하는 보조금 차등제 도입마저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민간 보급 주무부처인 환경부를 포함해 이미 내년도 보급계획을 시민에 발표했던 지자체까지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더욱이 국내외 완성차 업체 역시 내년 시장을 위해 확보한 전기차 물량 최소 4만대 이상이 재고로 쌓일 위기에 처했다. 정부 정책이 글로벌 시장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환경부가 조사한 2018년 전기차 보급 지방자치단체 수요 조사에서 17개 광역지자체에서 전기버스 282대를 포함해 총 4만9630대로 집계됐다.
여기에 완성차 업계가 확보·계획한 물량도 대략 4만대가 넘는다. 현대차가 계획한 국내 물량 1만8000대 포함해 기아차(1만대), 르노삼성(5000대), 한국지엠(4000~5000대) 등 이들 4개 업체만 합쳐도 4만대에 이른다. 추가로 BMW·닛산·재규어·랜드로버·테슬라 등까지 신규모델 출시로 수천 대 물량을 국내 할당한 상태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2014년부터 정부가 해마다 밝혀온 2018년도 민간 보급 물량을 새해를 불과 두 달 앞두고 30% 넘게 깎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정부 계획대로 2만대로 줄어든다면 사업 전략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한정된 국가 예산을 이유로 올해보다 두 배 많은 예산 배정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전기차 보급 물량을 2만대로 계획한 건 맞지만 국회 예산 심사 중이라 아직 최종 결정된 건 아니다”라면서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친환경차 규제 등 다른 방안도 모색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정부가 계획한 전기차 물량은 1만5000대로 최근 시장 수요가 늘면서 9개월 만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민간 보급 사업이 시작된 이후 목표치 달성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는 4155대가 팔린 지난해와 비교해 3.6배, 2015년보다는 6.3배나 늘어난 수치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