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업계 일자리는 가스를 공급하는 서비스업체와 가스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상생 협력으로 창출될 수 있다. 가스 공급업체는 많지만 낮은 공급가와 높은 안전성 측면에서 배관망이나 탱크로리 공급을 원하기 때문에 매출 대비 고용 효과가 떨어진다. 그동안 공급업 특성을 보면 업체의 업종 변경이나 폐업 사례는 거의 없었다. 고용증가율도 높지 않았다.

반면에 중소 제조업체는 수가 적지만 대량 생산 여건이 안 돼 자동화보다 인력 중심 생산 방식을 선호했다. 매출 대비 고용 효과가 높았다. 이들 업체는 이직률이 높고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 저가형 수입 제품에 밀려서 생산 중단이나 사업 포기가 늘었다.
두 업종 간 특징 차이를 보면 가스 공급업체는 안전을 중시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지역 및 배타성 영업권이 어느 정도 보장된 느슨한 경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가스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 대부분은 외국 제품을 모방 생산한다.
제품을 최종 소비자가 아닌 가스 공급업체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아 품질보다 가격을 우선하기 때문에 채산성은 나쁘다. 더욱이 저가형 외국 제품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면서 국산 제품의 설 땅은 좁아졌다. 저가형에 익숙해진 업체의 생산 관행은 품질이나 가격 측면에서 수출하기도 어려운 샌드위치 구조다.
탈원전 시대에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가스업계에도 일자리를 늘릴 기회가 생겼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사업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가스가 '브리지' 에너지 역할을 자임하면서 선진국의 30~35% 수준으로 청정연료 확대 정책을 추진한다면 가스 산업의 고용 확대는 가능하다.
도시가스를 보면 30년 정도 사용한 노후 배관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경주와 포항 지진 여파를 기화로 안전 강화 정책은 시작됐다.
도시가스에서 교체해야 하는 공급 시설을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기반의 첨단 자동화 설비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다. 이와 함께 연소기기 같은 가스 제품의 첨단 자동화와 디자인 기술 접목으로 사용하기 편리한 융·복합 제품을 개발한다면 전력 소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액화석유가스(LPG)는 독립형 공급 시스템인 데다 소량 소비하기 때문에 지진과 같은 재난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 가능성이 낮다. 다만 LPG는 용기 배달, 탱크로리 등에 의해 공급되기 때문에 배송 과정에서 사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평균 사고율 70.4%를 낮추기 위해서는 20㎏들이 용기 중심의 배달 물량을 줄여야 한다. LPG 탱크로리에 의해 공급되는 저장 용량 100~500㎏의 스마트형 LPG 미니탱크를 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공급 시스템과 500~3000㎏ 소형저장탱크 공급 방식을 더 많이 보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들 공급 시스템의 체계화된 안전 관리를 위해 통합제어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가스 사고 발생은 대폭 줄고, 가격 하락에 따른 가스 소비량 또한 늘어날 것이다.
가스 소비량 증가는 가스 공급업체의 고용 확대로 연결될 것이다. 도시가스 사용량 증가에 따른 가스 제품 수요 증가로 제조업체 일자리는 많이 생겨난다. LPG 공급 시스템은 도시가스에 비해 제품 종류와 수량이 많아 중소기업체 고용은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가스 공급사와 제조사가 청정연료 공급 확대에 함께 노력, 국민 안전을 강화하면서 상생 협력과 동반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 결국 브리지 연료를 자임한 청정연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면 미세먼지는 줄어들고, 가스 산업의 새로운 일거리 창출과 고용 확대를 기대해도 된다.
김청균 홍익대 교수 ckkim_hongi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