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첨단 장비 해외투자 심의, 더 깐깐해지나

정부가 26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개최하고 LG디스플레이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건설을 승인했다. 그동안 서면으로 승인 의견을 취합해온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이례적으로 오프라인 회의로 개최한 것은 앞으로 해외 투자를 더 깐깐하게 심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동시에 기업이 해외 설비투자 당위성을 더 꼼꼼하게 살펴 국내 투자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중국 설비투자를 준비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도 비슷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중국 8.5세대 OLED 해외 투자 심사건은 그동안 큰 걸림돌 없이 승인을 허가해온 정부 분위기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산업부는 심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전자전문위원회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로 세분화해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가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정작 국내 기업이 해외에 첨단 기술 기반 생산설비를 투자하는데 따른 기술유출 방지 대책이나 해외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기업 요구대로 승인을 허가한 면이 없지 않다”며 사실상 그동안 기술 수출 심사를 관행적으로 해왔다고 인정했다.

중국 투자를 앞둔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정부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OLED 해외 투자 승인건과 관련해 혹시라도 불똥이 튀지 않을지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중국 시안에 향후 3년간 7조8000억원을 투입해 3D 낸드플래시 2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 D램 신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울러 중국에 파운드리 합작사 설립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OLED와 마찬가지로 국가 핵심 기술이다. 이미 삼성과 SK는 중국에 진출해 생산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OLED와 차이가 있긴 하다. 그러나 신규 공정을 적용할 때(예, 20나노→10나노 D램, 48단→64단 3D 낸드플래시)마다 기술보호위원회가 열려 심의를 하는 만큼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중국 생산 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 경우 투자와 경영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OLED 중국 진출 승인을 받는데 5개월이나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업계도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