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신일산업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회사는 지난해 정윤석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정 대표는 신일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대표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취임 후 신일산업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신일산업은 1959년 문을 연 토종기업으로 국내에서 신일산업 연혁을 따라올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64년 독자 개발한 모터를 기반으로 선풍기 대량 생산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우수 품질과 탄탄한 유통망을 구축하면서 1978년 선풍기 1일 생산량 1만대 돌파, 국내 최초 선풍기에 'KS' 표기 자격을 획득했다. 국내 선풍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수년 전 신일산업은 수렁에 빠졌다. 2014년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시도되면서 경영에 치명타를 입었다.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일부 회사 역량이 엉뚱한 곳으로 분산됐다. 이 과정에서 2015년에는 적자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신일산업은 2017년 매출액 1445억원을 올리며 창립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액은 이보다 20%가량 성장하면서 다시 한번 신기록을 쓸 것으로 보인다.

최고경영자 2년차에 접어드는 정 대표가 짊어진 책임감은 막중하다. 신일산업 호시절을 이어가는 한편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사명까지 안고 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사원에서 대표 자리에 올랐다. 모든 직장인의 희망 아닌가.

사실 신일산업에 뼈를 묻을 생각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환경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에 있는 작은 엔지니어링 회사에 다니다가 친구 추천으로 공채시험을 거쳐 입사했다. 신일산업 마지막 공채 출신이다. 2000년대 초반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한 때 명예퇴직을 고려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퇴사 대신 다른 부서에서 일을 더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후 연구소와 품질관리(QC) 부서를 뺀 영업·인사·재무·노무·생산 등 전 부문을 거쳤다. 회사 전반 업무를 경험하면서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

-대표에 오르기까지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경영지원 및 서비스 사업부장을 겸직했다. 당시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서 저가형 중국산 선풍기가 범람했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까지 찾아오며 회사가 어려워졌다. 제조업 특성상 무엇보다 직원이 큰 자산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당시 힘들게 조직생활을 하던 동료들을 독려하며 소속감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2009년부터는 판매사업본부와 상품기획그룹, 마케팅사업부를 총괄하며 기업 운영의 새로운 기준과 틀을 만들었다. 그 결과 2009년 6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8년 만인 2017년 약 1445억원으로 늘어났다. 창립 이래 역대 최고매출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대표로서 원칙은 무엇인가.

어떤 제품을 만들더라도 '사랑하는 사람, 가족에게 선물하고 싶은 제품'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자신 있게 선물하고 자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직원에게도 주문하는 원칙이다.

생활가전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최소한 품질에서는 뒤처지지 않게 만들자는 목표도 갖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 차이로 우리는 글로벌 기업만큼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신일이 글로벌 기업보다는 품질에서 낫다는 평가를 소비자에게서 받고자 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지난해 사업성과가 궁금하다.

▲작년 3분기 매출은 588억원으로 36% 늘었고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42% 증가했다. 지난 여름에는 IoT 선풍기와 스탠드형 서큘레이터를 선보였다. 이들 제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호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2017년 매출은 1445억원으로 창립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2018년 매출액 역시 20%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실적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계절가전 매출이 전체 매출 70%를 차지하는데 계절가전에서 결과가 좋았다. 지난 여름 날씨가 굉장히 더웠던 덕을 봤다. 또 홍보와 마케팅에 투자하면서 소비자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통했다. 품질 못지 않게 디자인에도 투자를 많이 늘린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남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IoT 선풍기 같은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인식을 바꾼 것도 작용했다고 본다. 과거 신일산업보다 지금 신일산업이 더 젊어지고 디자인이나 이미지에서도 업그레이드됐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애완동물 가전 진출은 이색적이었다. 성과와 전망이 궁금하다.

▲국내 반려인구가 1000만명에 달한다. 반려동물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동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제품 출시는 미비하다. 이를 고려했을 때 향후 펫 가전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시장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펫 가전 브랜드 '퍼비(Furby)'를 론칭했다. 현재는 초기 시장진입 단계로 펫 가전 박람회에서 제품을 선보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매출 구성이 궁금하다.

▲여름가전이 40~45% 정도 차지한다. 또 겨울 히터에서 25% 정도가 발생한다. 나머지는 생활가전에서 나온다.

-수출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은?

▲낮다. 2010년 이전에는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컸다. 그러나 중국 개방으로 중국 가격경쟁이 발생하면서 마이너스 수출을 계속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 2000년 후반들어서면서 수출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회사가 쓰러져가는 입장에서 불가피했다.현재 수출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현재 수출 비중은 10% 이내다.

-가전업계에서 렌털이 화두다.

▲우리도 렌털사업을 3~4년 전에 사업구상을 해본 적이 있다. 향후 렌털사업은 장기적으로 해야할 사업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적대적 M&A 시도에 적자까지 발생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새로운 사업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또 렌털 사업 자체가 뛰어들기도 쉽지 않아 미뤘던 사안이다. 이제는 렌털 전문가와 함께 사업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올해 신일산업 창립 60주년이 됐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새로운 60주년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전문업체를 통한 CI, BI 변경과 함께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다시 시작하는 신일'이다. 신일산업이라는 이름이 구세대적이다. 신일이라는 이름만 놔두고 다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가겠다는 생각이다. 60년 동안 여러 굴곡 속에서 위대한 여정을 해왔다. 고객, 대리점과 함께 가겠다. 60주년 스페셜 에디션 제품을 준비하고 있고 새로운 품목도 준비하고 있다. 1분기부터 차례로 공개할 것이다.

-신일산업이라는 브랜드에 고민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보수적 기업, 구태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왔다. 소비자도 신일산업을 오래된 기업, 들으면 조금 아는 기업 정도로 인식한다. 60주년을 기점으로 제품 가치, 소비자 가치,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더 젊어지고 새로워지고 그리고 지속적인 도전을 할 것이다. 새로움을 창조하는 기업으로 발전하고 성장시킬 계획이다. 신일산업 대표로서 60년 된 국민기업이자 착한 기업, 잘하는 기업 이미지를 심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하루 일과는.

8시 30분에 출근해서 아침 회의를 진행한다. 결재할 것도 제법 된다. 오전 중 결재 업무를 처리하고 전반적 업무를 본다. 점심 식사 후에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신문과 책을 읽기도 하지만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이다. 외부 교류를 매일 갖고 있다. 외부 사람을 만나 얘기하면서 사회 흐름이나 관련 산업, 업계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교류가 일과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신일 대표로서 목표가 무엇인가.

신일산업은 국내 선풍기 판매 1위 기업이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 대중에게 '선풍기 회사'로만 알려져있다. 하지만 신일산업 사업 목표는 '종합가전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 말이다. 선진화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는 CI와 BI를 새롭게 단장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기업으로 한층 도약할 계획이다.

-올해 사업 중점사항은.

▲신일산업은 60주년을 맞아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파트너사와 원활한 소통으로 신뢰를 구축한다. 상생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프리미엄 라인 가전제품과 펫 가전 제품을 꼽을 수 있다. 스마트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만큼 IoT 기술을 접목한 프리미엄 라인 가전제품을 새롭게 구축한다. 펫 가전 브랜드 퍼비 유통망을 확대하고 제품 라인업을 늘릴 것이다.

-중견가전이 예전보다 많이 침체된 상황 아닌가.

▲대기업 때문에 중견가전이 침체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세계일류 기업과 같은 제품 경쟁을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소형가전은 나름대로 갈 수 있는 길들이 상당하다. 우리 목표는 소형 믹서기, 에어 프라이어, 선풍기 같은 소형 가전에서 우리도 세계적 기업, 일류 이미지를 심으려 한다. 그래서 도전정신이 더욱 강해진다.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오른쪽)와 본지 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오른쪽)와 본지 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국 가전산업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한국 가전업계는 최근 소비 양극화에 따라 큰 변화가 있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 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실용성을 겸비한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많다. 과거 4인 가구 기준 대형가전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중소형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기업은 물론 고가 전략을 내세운 유럽 브랜드부터 저가 전략을 내세운 중국 브랜드까지 혁신 제품을 선보이며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신일산업은 프리미엄과 가성비 둘 다 충족시킬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는

1991년 경희대학교 환경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신일산업에 공채사원으로 입사했다. 2009년부터 신유통사업부장,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판매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2018년 총괄사업본부 부사장을 거쳐 2018년 4월부터 신일산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 후 신일산업 실적은 고무적이다. 신일산업 2018년 3분기 매출은 588억원으로 3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42% 늘었다.

대담=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

정리=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