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플랫폼 시장서 '진입장벽' 기능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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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빅데이터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업결합 심사 때 빅데이터 독점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 계획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관심이 집중된다.

한은석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촉진과 규제혁신의 의의'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한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적 생산요소로서 데이터 중요성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업이 알고리즘으로 경쟁전략을 수립하고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흐름은 지속 확산될 전망인데, 알고리즘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미 데이터 관련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간 합병이 시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에 있어 '규모·범위의 경제'를 독점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한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빅데이터는 생산요소로 작동하고 있다”며 “특정 플랫폼 시장으로의 진입 가능성을 결정짓는 진입장벽으로도 기능한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분석은 빅데이터를 하나의 '상품'으로 판단해 기업결합 심사 때 독점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공정위 계획과 방향이 같다. 관련 내용이 기업결합심사기준에 반영되면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M&A)으로 빅데이터 독점이 발생한다고 판단할 경우 기업결합을 불허할 수 있다.

한 연구위원은 알고리즘에 대해선 긍정적 기능이 있는 반면에 담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고리즘이 시장 투명성 제고, 거리비용 저감 등 긍정적 기능이 있지만 역으로 기업 담합을 조장하고 소비자 후생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쟁사업자가 알고리즘을 활용해 가격·공급량 등을 조정하거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 담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연구위원은 “시장조사, 분석 결과 암묵적 담합이 빈발하고 있다는 게 밝혀진다면 알고리즘이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경쟁당국이 암묵적 담합에 대한 기존 접근법을 수정할 필요성을 더 크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역시 디지털 담합 문제를 고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제재 근거를 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각종 논란을 감안해 이를 제외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여당이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논의를 거쳐 도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 연구위원은 플랫폼 시장에서 구글·페이스북·아마존과 같은 강자와 신생 기업이 '동등한 출발점'에 있지 않은 만큼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쟁을 촉진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규제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규제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위원은 “사전·사후 규제의 적절한 조합으로 규제혁신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존 분석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각과 분석틀에 대한 열린 태도, 한국 현실에 맞는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