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생형 일자리 성공 해법은 중소기업에 있다

올해로 반세기를 맞은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성적표가 최악이다. 한때 수출의 10%를 차지하던 구미산단의 비중이 4%대로 떨어졌다. 올 1분기 가동률은 전국 산단 가운데 최저다.

고임금을 견디지 못한 대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적게 드는 곳으로 옮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지방 산업 육성 방안으로 상생형 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광주형 일자리를 시작으로 구미형 일자리, 군산형 일자리, 밀양형 일자리 등 제2·제3의 상생형 일자리 마련을 위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 여건, 산업 특성, 기업 상황에 따라 유형은 다르지만 노·사·민·정이 상생 협약을 바탕으로 적정 근로 조건과 노사관계 안정 및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다. 지방의 경제 주체들은 대기업이 떠난 지방 산단에 새로운 동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상생형 일자리가 지나치게 대기업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광주형과 구미형 일자리에 이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지역의 상생형 일자리에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보이지 않는다.

근대화 주역이던 구미산업단지가 대기업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초토화된 점을 상기한다면 대기업 의존형의 상생형 일자리가 썩 내키지 않는다. 대기업 중심 상생형 일자리는 단기 처방일 뿐이다. 상생형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한 각종 인센티브 효과가 사라지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지역 중소벤처기업이 주도해서 참여하고, 스타트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상생형 일자리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는 수직 관계로 전락하거나 지역 스타트업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시스템이 되면 안 된다.

지역에서 상생형 일자리가 성공하려면 대기업과 지자체 간 상생이라는 제한된 의미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지역 중소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