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성 고위공무원, 정말 늘었나

[사설]여성 고위공무원, 정말 늘었나

정부는 중앙부처의 여성 고위공무원 수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세 자릿수(102명)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앙부처 과장급 가운데 여성 비율도 지난해 17.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가 발간한 '2019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1514명 가운데 여성은 102명으로 6.7%를 차지했다. 100명 돌파는 처음이다. 지방 과장급 여성 비율도 전년 대비 1.7%포인트(P) 증가한 15.6%를 기록했다. 국방부 본부에서 여성 과장은 2017년 6명(11.8%)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명(27.5%)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국세청의 경우 지난해 본청에서 여성 과장이 처음 임용됐다.

여성 고위공무원의 세 자릿수는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춰보면 다른 결과가 보인다. 정작 인원수로 보면 기대 이하다. 2017년 98명에서 달랑 4명 늘었을 뿐이다. 2016년에는 전년에 비해 16명, 2017년에 12명이 늘었다. 과거 성과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가 목표한 예상치 6.8%에는 근접했지만 목표를 2017년 6.5%에서 불과 0.3%P 높게 잡아서 달성한 결과다. 2018년의 '역대 최고치'는 말장난으로 보인다. 여성 고위공무원의 절대 수가 적고 공무원 수 자체가 줄지 않는다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밖에 없다.

사실 공무원을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하는 기준 자체가 전근대 사고방식이다. 그럼에도 여성을 우대하는 배경에는 그만큼 여성 공무원이 소외당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불이익을 개선하겠다는 게 정책의 취지다. 2018년 전체 여성 공무원 수는 50만7000여명으로 전체의 47%에 이른다. 거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얘기다. 고위 공무원 수가 이제야 6%를 가까스로 넘겼다면 형평 면에서 맞지 않다. 여성 공무원 비중을 대폭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인 공정과 정의는 결국 차별을 없애는 일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