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강국, 생태계 혁신부터]<상>24조원 쏟는 R&D, 성과 분석 어려워](https://img.etnews.com/photonews/1911/1246075_20191122162646_636_0002.jpg)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과 함께 세계 특허출원(PCT) 상위 5개 국가에 속한다. 올해 특허 등록건수가 200만건을 넘어서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누구도 우리나라의 특허 생태계가 건실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한 특허는 일부 대기업에 집중됐다. 특허 품질 저하 문제가 단골로 지적된다. 지식재산(IP)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풍토가 자리 잡지 못하는 등 여전히 IP 후진국의 단면도 드러낸다. 우리나라 IP 생태계 현실과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액은 24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등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과학기술, 산업계는 정부의 적극 대응에 반색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낸다. 뭉칫돈을 쏟는데 비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간 R&D 효율성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됐다.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파급력이 없고 국민이 체감할만한 성과가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다.
R&D 투자액이 늘어나면서 실제 관련 양적 지표는 모두 개선됐지만 질적 지표는 낮은 수준에 머문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GDP 대비 총 R&D 투자비 비중(2위), 연구개발인력(5위), 과학분야 논문수(9위), 출원인 국적별 특허출원수(4위), 첨단 기술제품 수출액(6위) 등 양적지표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반면 노벨상 수상, 연구자가 국가에 매력을 느끼는 정도(37위), 과학연구관련 법률의 혁신지원정도(37위), 지적재산권 보호정도(39위), 산학간 지식 전달(29위), 수준급 엔지니어 공급정도(32위) 등 질적지표에선 하위권을 맴돈다.
현행 R&D 기획, 평가 방식은 R&D 성과의 질적 하락을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R&D 이후 특허를 확보하는 현 방식은 시장에서 파급력있는 기술을 확보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IP R&D다. 이는 R&D 기획 단계서부터 강한 특허 창출을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같이 수립한다. IP R&D의 핵심은 성과 분석이다. 기술의 강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강한 특허로 연결 지어야 한다. 문제는 특허 분석 체계가 IP R&D를 뒷받침 하지 못하는데 있다. 현재 R&D 분석은 사실상 정량분석에만 의존한다. 정부나 대다수 산하 기관이 사용하는 특허가치평가 시스템 'SMART'는 32개 평가지표 대다수가 정량 데이터다.
![[IP강국, 생태계 혁신부터]<상>24조원 쏟는 R&D, 성과 분석 어려워](https://img.etnews.com/photonews/1911/1246075_20191122162646_636_0001.jpg)
기초연구를 제외하고 소재·부품·장비 같은 산업 기술은 상품이나 서비스로 구현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강한 특허로 보호되지 않으면 유사제품을 막을 수 없고 개발자의 이익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정량평가 방식은 상당수 지표가 특허 출원 이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IP R&D 시스템과 이에 걸맞은 특허 평가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일 실리는 이유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한변리사회와 공동 발간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초연구 및 산업발전 전략' 보고서에서 사업화 목적 R&D는 모두 IP R&D로 전환하고 특허성과 평가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특허 감리제도를 제시했다.
우 의원은 “현재 SMART 평가 지표는 대다수 정량 평가 지표인데다 연구개발 이후 상당 시간이 경과되어야 평가가 가능한 항목이 많다”면서 “실제 특허의 강약을 알 수 있는 특허청구항에 대한 품질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어 R&D 성과물의 특허품질 평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허감리제도는 '특허'의 질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체계다. 특허 등록 건수나 행정정보로 추출된 특허정보로 특허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변리사가 해당 특허의 권리범위를 분석한다. R&D 최종 단계에 앞서 과제진행 과정이나 종료 직후에 특허의 실질 효력을 따진다.
평가 지표는 9가지다. △특허권리범위의 목적성△권리범위의 강도△변리업무 프로세스 준수 여부△변리사 업무투입시간 적절성△권리보호에 적절한 특허 수 등이 주요 지표로 포함돼 있다.
대한변리사회 관계자는 “현재 특허 분석을 음식에 비유하면 정작 음식의 맛을 보지 않고 재료, 가격 등으로만 음식의 질을 판단하는 것과 같다”면서 “IP R&D 단계에서 특허 분석을 병행해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