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국대 출신 이상엽, “이제 비즈니스 국가대표가 되려고 합니다!”

아이스하키 국대 출신 이상엽, “이제 비즈니스 국가대표가 되려고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만 매진하다 20~30대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로선 전성기가 지났을지라도 사회에선 한창 현역으로 뛸 나이다. 젊은 나이에 은퇴한 많은 전직 국가대표들이 은퇴 후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흔히 제2의 직업으로 지도자 등 체육과 관련된 일을 택하지만, 최근 젊은 선수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들도 늘고 있다. 전직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이자 KAIST 경영대학 TMBA에 재학 중인 이상엽이 바로 그 예다.
 
이상엽은 대학 시절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2010년 전국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선수생활이 화려할수록 은퇴를 결심하기도 쉽지 않은 법인데, 이상엽은 17년간 정든 아이스링크를 떠나 ‘운동 외의 삶’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바로 군 복무였다.
 
은퇴 후 곧바로 해군 장교 시험에 응시, 합격한 이상엽은 정훈병과를 지원했다. 정훈병은 군인을 대상으로 교양, 이념 교육과 군사 선전, 대외 보도에 관한 일을 담당하는 병사를 말한다. 공보과장으로서 국방부 기자실에서 공보 활동을 펴는 한편,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영화 ‘연평해전’ 시나리오 기획과 촬영 지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전역 후 게임회사인 ‘넥슨’에 입사, 본격적인 직장인으로 변신했다.
 
운동선수들이 전혀 다른 분야로 진로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사무직, 그것도 마케터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상엽은 “대학 시절부터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정훈병과에 지원했다”며 “어릴 때부터 운동과 학업을 꾸준히 병행해 대학 졸업 전까지는 아이스하키 선수 생활에 충실히 임하고, 그 이후에는 좋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에 도전해보자는 의지로 직장 생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넥슨에서 신입사원으로 제2의 삶을 시작한 이상엽은 넥슨 지식재산권(IP) 사업 관련 홍보, 사회공헌활동 홍보, SNS 콘텐츠 제작 등을 담당하며 공로를 인정받아 4,500여 명의 직원 중 10명에게만 주어지는 넥슨 우수사원상을 수상했다. 이후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 주식회사로 자리를 옮겨 라인의 신규 서비스 홍보, 다양한 프로젝트와 관련한 글로벌 커뮤니테이션, SNS 운영 관리를 맡아 커리어를 강화해갔다.
 
하지만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쌓아갈수록 보이지 않는 벽이 그를 가로막았다. 경영과 경제, 통계,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선 업무에 열정을 쏟아 부어도 효율성이 떨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결국 부족한 업무 지식을 보충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만 직장이라는 또 다른 경기장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이 바로 MBA 진학이었다.
 
이상엽은 “해외 MBA도 고려했지만 졸업 후에 승부해야 할 곳, 변화를 도모해야 할 곳은 국내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국내 MBA를 타깃으로 설정했다”며 “기술과 경영 능력을 모두 갖춘 융합형 인재 양성으로 명성 높은 KAIST 경영대학의 TMBA를 목표로 MBA 진학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입학해보니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할 수 있는 실무 능력 함양과 다양한 경영사례를 통한 비즈니스 응용능력 배양, 그리고 인공지능(AI)이나 기계학습(Mchine Learning) 개념의 이해와 응용까지 깊이 있는 접근이 가능하고 기술적 배경이 없는 학생이라도 현장 실습을 통해 기본기를 쌓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학문과 경험들을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50% 비율 정도로 학습할 수 있었고 TMBA는 물론 타 과정의 원우들과도 인사이트를 교환하거나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 MBA 학도로 첫 발을 내디딘 상태지만 이상엽은 졸업 후에 시작될 새로운 삶을 상상하며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는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해도 단순히 인더스트리와 직무 전환을 동시에 목표로 삼고 있었지만, 지금은 약 7년 간 쌓아온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의 경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계발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흥미를 갖고 있는 게임, 항공, IT 분야 등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보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나 제가 담당하게 될 역할 등에 분명하게 초점을 맞춰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아이스하키 선수에서 마케터로 변신한 그가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지켜다봐달라고 덧붙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