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74>국가균형발전, 새 시각과 추동력으로 다시 시작하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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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정부는 '지역 주도 자립적 성장기반 마련'을 목표로 3대 전략과 9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지난 2004년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시작된 후 14년 동안의 결과를 체감하기 어렵지 않지만 경제와 산업 측면에서 가야 할 길이 남았다. 수도권에 상위 1000대 기업의 본사 74%가 소재해 있고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의 61%,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의 81%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는 수치는 놀랍다.

혁신도시나 세종시처럼 행정 측면에서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성과와 경제산업 관점에서 평가한 오늘의 우리 상황에는 큰 간극이 있는 것 아닌지 판단되는 대목이다.

실상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 정책 목표의 궁극은 지역기업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연구개발(R&D) 지원정책을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 왔고, 이와 함께 지역 전략 산업 육성에 초점을 뒀다.

이날 축사에서도 엿보이는 경제 쏠림 현상을 보면서 그동안의 균형발전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됐는지,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책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뤄 온 국가균형발전의 성과가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 자칫 이마저 멈출지 모르는 변곡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든다.

정부는 정책 효과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새로운 추동력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코디네이션 강화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구조 변화를 맞아 중앙 부처들은 나름대로 신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저마다 전략 산업을 갖고 있다. 만일 이들 두 정책의 지향점 간에 부조화나 불균형이 있다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각자의 역할을 논하기에 앞서 협력 의지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행정 구역이라는 칸막이를 넘어서야 한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분명 공간 요소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산업과 경제에 이 같은 칸막이가 있을 수 없다. 기업은 물론 산업의 가치사슬은 특정 시·도에 국한될 수 없을 정도로 다층이고 복잡하다.

정부도 광역협력권산업육성사업처럼 행정구역이나 시·도 경계를 넘어 '산업 경쟁력 관점'에서 이 같은 상황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역 간 협력을 표방하면서도 사업 관리는 지역별로 운영되는 한계도 노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해 온 지역R&D지원 사업 역시 변곡점에 서 있다. 무엇보다 중앙 부처의 산업정책과 지자체의 전략 산업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추진돼야 한다. 행정구역이란 높은 칸막이를 전제로 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산업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시·도 대신 '산업권'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고 추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지역R&D 사업을 보는 시각이다. 이들 사업을 경제성이란 잣대로 바라볼지 사회 양극화 및 지역 간 불균형이란 시각으로 볼지 시각에 따라 타당성과 당위성에 간극은 클 수밖에 없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한번 생각해야 되는 이유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