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클라우드컴퓨팅]클라우드 절대명제는 저렴하지않다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비용이 절감된다고 들었는데 견적이 너무 비싼 거 아닙니까. 기존 데이터센터(IDC)보다는 비용이 낮아야 하지 않나요?”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고객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클라우드에 대해 오해하는 고객을 현장에서 또 만난 것이다. 이런 오해가 고객들에게 폭넓게 확산한 원인은 지금까지 클라우드 사업에 몸담고 있는 관련자들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다. 고객에게 충분하게 배경을 설명하지 않고 “클라우드로 이전하면 비용이 절감됩니다”라고만 짤라 말해버리니 고객은 '기존 인프라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클라우드를 운영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비용을 '인프라 비용'으로 생각해보면 클라우드가 무조건 저렴하지는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클라우드 비용을 이야기할 때 기업은 대개 장비 구매 비용과 인프라 임대 비용(상면+회선)만을 생각한다. 필요한 서버 사양과 수량을 가늠하고 장비 총 가격에 3년 감가상각을 적용해 월 비용을 산출하는 식이다.

[실용주의 클라우드컴퓨팅]클라우드 절대명제는 저렴하지않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퍼블릭 클라우드 비용이 기존 온프레미스보다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기존 운영 방식과 비교했을 때 거의 대부분 비용이 줄어든다. 일단 장비 수량이 줄면서 필요 상면이 축소되고, 한 대의 고사양 서버로 수십 대의 저사양 서버를 대체할 수 있으므로 장비 비용도 감소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CSP)에 따라 가격엔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자만 인프라 비용은 일반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가 가장 비싸다. 그 다음에 온프레미스, 프라이빗 클라우드 순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그렇다면 왜 CSP는 '클라우드로 이전하면 비용이 줄어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정확하게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이전하면 비용이 줄어든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클라우드에서 말하는 비용이란 단순히 인프라 구매와 임대 비용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총소유비용(TCO)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운용하려면 그에 맞는 역량을 지닌 엔지니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스템이 계속 복잡하게 진화하는 데 반해 그런 인프라를 운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는 점점 더 뽑기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휴가나 사고 등을 엔지니어 개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최소 두 명의 엔지니어가 팀을 이뤄 클라우드를 운용해야 한다.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운영시 비용 구조 비교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운영시 비용 구조 비교

엔지니어 연봉이 5000만 원이고 4대 보험과 복지, 기타 공통경비를 포함해 인건비가 30% 정도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엔지니어 두 명에 들어가는 인건비는 1년에 약 1억3000만 원이다. 일반적인 감가상각 기준이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엔지니어 2명을 채용하는데 3년 동안 3억9000만 원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년 동안 클라우드를 운용하기 위해 3억 9000만 원 상당의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클라우드 인프라의 규모가 작은 경우 자체 인력을 운용하는 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 하드웨어로 절감한 비용을 이 부분에서 갉아 먹게 되는 것이다.

시간적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 그리고 인프라 운영자를 채용했다고 가정해보자. 전통적인 서버호스팅이나 코로케이션 방식을 택한다면 인프라 운영자는 서버 증설이 필요할 때마다 구매하거나 임대를 요청해야 한다. 서버를 구매할 경우 발주 후 장비를 받기까지 대개 2~3주가 소요된다. 엔지니어가 서버를 IDC에 설치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서버를 임대한다고 해도 기본 설정을 완료하고 관리자 계정을 받으려면 하루 정도가 걸린다. 이러한 소요기간 동안 개발자나 기획자는 서비스 업데이트, 검증 등의 작업을 할 수 없다. 그 시간만큼의 인건비가 낭비되고 고스란히 인건비 증가로 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엔지니어가 서버나 네트워크 관련 작업을 하려면 IDC에도 자주 가야 한다.

여기에는 이동 시간을 포함해 최소 반나절 정도가 소요된다. 다시 말해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민첩성(Agility)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데 그 동안 개발자나 기획자가 작업을 하지 못한다면 이 부분은 고스란히 인건비 증가로 돌아온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력은 매우 비싼 자원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어떤 종류가 됐든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비용이 절감된다'는 이야기는 큰 틀에서는 맞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인프라 비용의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입하는 방식에 따라 이익 형태와 크기가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전체 시스템의 구성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료 제공 : 클라우드 전문기업 케이아이엔엑스(KINX)> 노규남 클라우드사업담당 이사 bardroh@kinx.net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