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표준계약서'로 노예 계약 막는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전국 배달기사 20만명을 보호하기 위한 표준계약서가 이달 중에 나온다. 배달산업 육성과 업계에 만연한 갑을관계 해소를 위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연내 배달 서비스 표준계약서를 발표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표준협회가 추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 및 고용노동부와 막판 협의를 하고 있다. 국토부와 업계가 논의하고 있는 표준계약서 초안에 따르면 배달 대행사와 배달기사 간 배달료 지급 기준 및 방식이 표준계약서에 명시된다. 배달기사 산재보험에 대한 배달 대행사의 신고·납부 의무도 표시됐다. 배달 대행사가 플랫폼 회사에 지불하는 프로그램 사용료와 수수료 지급 방법도 규정됐다. 배달기사가 사고를 당했을 때 책임과 손해배상 범위도 들어간다. 플랫폼 회사에는 배달 대행사를 상대로 사업 내용, 안전 주제 교육을 제공하도록 했다.

표준계약서 적용 시점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을 통해 표준계약서를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별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연내 생활물류법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차선책을 택했다.

표준계약서는 배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플랫폼 회사와 지역 단위 배달 대행사가 계약 주체다. 이와 함께 배달기사와 배달 대행사 간 계약에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배달 산업을 육성하고 업계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대표 배달 플랫폼 회사로는 바로고, 메쉬코리아, 스파이더크래프트, 생각대로 등이 있다.

표준계약서는 권고안 성격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적용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고용부와 협의, 노동관계 법령으로 해당 내용을 규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배달업계는 그동안 표준계약서 없이 업체별 자체 양식으로 계약을 맺어 왔다. 이 때문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배달 대행사가 배달기사에게 퇴사 때 돌려주겠다며 선금을 받은 뒤 근무 성과가 나빴다는 이유로 이를 떼어먹는 일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플랫폼 회사가 대행사와 계약 해지 시 수천만원 상당의 위약금을 부과,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표준계약서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달기사 절반 이상이 단기 아르바이트로 근무하기 때문이다. 계약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계약서 작성을 꺼리는 소규모 배달 대행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로는 배달 시장을 이탈하는 기사가 급증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배달기사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