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야시장 장악한 스마트오더...맛집은 '모바일 줄서기'가 제맛

[르포]야시장 장악한 스마트오더...맛집은 '모바일 줄서기'가 제맛

문전성시를 이루는 식당이 곧 맛집이라는 편견을 걷어낼 시대가 가까워졌다. 따뜻한 실내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음식 완성을 알리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스마트오더'가 생활 곳곳에 스며든다. 줄이 길게 늘어선 식당보다, 사장님 혼자 열심히 요리하는 가게 주문이 디지털에서 폭주하고 있을지 모른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멀티플라자에서는 20일부터 29일까지 '2019 서울크리스마스마켓'이 개장 중이다. 30여개 푸드트럭이 스테이크, 케밥, 다코야키, 마라샹궈 등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 기존 한강 공원 야시장과 달라진 풍경이 있다. 매장마다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7개 매장이 나우버스킹 스마트오더와 키오스크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다.

23일 오후 5시 개장 시간이 가까워오자 개점 준비를 완료한 푸드트럭들이 손님맞이에 분주해졌다. 성탄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한강변을 찾은 연인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날 여의도 날씨는 영하를 기록하고 곳에 따라 비가 내렸다. 강바람이 매서워 야외 데이트는 적절하지 않았다.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도 야외 난로 주변에만 사람들이 모였다.

[르포]야시장 장악한 스마트오더...맛집은 '모바일 줄서기'가 제맛

행사장을 한 바퀴 둘러본 방문객들은 따뜻한 난방시설이 설치된 중앙 컨테이너에 자리를 잡았다. 미리 찜해 둔 식당이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행사장 QR코드를 스마트폰에 입력했다. 카카오톡 챗봇 화면에는 현재 판매가 진행 중인 푸드트럭과 메뉴가 표시됐다. 결제까지 간단히 완료하고 음식이 조리되는 시간 동안 밖을 바라보며 일행끼리 담소를 나눴다.

음식 조리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도착하자 일행 중 하나가 각 푸드트럭에 주문한 음식을 모아왔다. 주문 대기와 음식 수령 때문에 최소 20분 이상 야외에 대기해야 하는 다른 푸드트럭과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동선이 꼬이거나, 음식을 받은 다음 자리가 없어 쩔쩔 매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챗봇 주문이 익숙치 않은 이들을 위해 키오스크도 마련됐다. 메뉴를 주문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음식 완성을 메시지로 알려준다. 삼성페이, 제로페이 결제도 지원한다.

스마트오더는 고객만 반기는 것이 아니다. 푸드트럭은 주로 2명 이하 소수 인원으로 운영된다. 매장 특성 상 조리대가 지면보다 상당히 높아 손님과 직원 간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 적은 인원에도 지상에 응대 및 결제를 돕는 인원을 별도로 둬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추운 날씨에 줄을 서 있던 손님들이 차례를 갖고 시비가 붙는 경우도 종종 있다.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으로 유명세를 탄 식당들이 대기열 관리 때문에 골치를 썩었다.

반면 스마트오더는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고 1인 푸드트럭도 온전히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행사장에서 푸드트럭 '엉클잭'을 운영한 윤희준 사장은 “평소에는 푸드트럭 앞에 계산대가 있으니, 한 명은 주문 받느라 나가 서 있어야 했다”며 “키오스크를 활용하니 인건비도 절약되고 회전율에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우버스킹은 이번 행사에서 키오스크를 활용한 KDS를 처음 선보였다. 기존 무인 키오스크 기기 대비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비용이 절반 이하다. 나우버스킹 관계자는 “스마트오더 및 키오스크 도입으로 행사장 대기 줄이 사라지고 혼잡도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르포]야시장 장악한 스마트오더...맛집은 '모바일 줄서기'가 제맛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