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박사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대통령 코드 <3>에마뉘엘 마크롱-누구를 위한 똘레랑스인가

프랑스는 근로자의 천국이다. 주 35시간을 일하며 다른 유럽국보다 평균 40%가 넘는 임금을 받는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번다. 한 번 채용되면 해고도 쉽지 않으니 평생직장이 따로 없다. 손해가 막심한 기업인들이 해외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노조들은 도망가는 기업인들 등짝에 '악덕기업인' 낙인을 찍었다.

[박선경 박사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대통령 코드 &lt;3&gt;에마뉘엘 마크롱-누구를 위한 똘레랑스인가

프랑수아 올랑드 집권 시절, 올랑드는 에마뉘엘 마크롱을 경제장관에 임명했다. 장관 자리를 제안했을 때 마크롱은 즉각 수락하지 않았다. 경제개혁 권한을 요구했다. 경제장관에 앉자 그는 '마크롱법'으로 불리는, 친시장법을 추진했다. 고용과 해고 등 행정절차를 단순화하고, 휴일에도 가게 문을 열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었다. 좌파와 노조들은 대대적인 항의 시위를 했다. 뜨끔한 올랑드는 고용과 해고제한을 완화하는 핵심조항을 슬그머니 삭제한 채 법안을 시행했다.

2016년 4월. 마크롱은 자신을 경제장관에 앉힌 정치 스승 올랑드에게 말했다. “4월 6일 고향 아미앵에서 싱크탱크 같은 청년운동을 출범하려고 한다.” 청년운동이란 앙마르슈(전진)라는 새로운 정당 창당이었다. 올랑드가 키운 사회당에서 출마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올랑드는 “마크롱은 나에게 빚진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신뢰 문제”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올랑드는 '자신과 사회당에 대한 배신'행위로 규정했다. 마크롱은 대응했다. “대통령이 한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할 때는 그를 하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프랑스경제에 변화와 갈증을 느낀 국민은 젊은 대통령을 선택했다. 개혁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는 것들의 효과'다. 마크롱은 경제장관 시절 불발됐던 정책을 실행했다. 친시장, 친기업 정책이다. 노동개혁은 그의 첫 번째 야심작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부유세를 폐지했다. 마크롱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란 소릴 들었다. 젊은 대통령의 개혁을 기대하면서도 자기 밥그릇은 건드리지 말라는 이중성에 마크롱 지지율은 하락했다.

마크롱은 프랑스 전역을 돌며 국민과 소통했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국가관을 밝혔다. 자신의 노동정책이 국민에게 유리하다고 설득했다. 반발하던 야당과 근로자들은 차츰 그의 설득에 귀를 기울였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일자리가 늘어나자 바닥을 쳤던 지지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야심작은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다. 사회안전망은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 은퇴연금과 고용보장 등 사회보장제도 축소를 선언했다. 좌파와 노조는 거세게 반발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란조끼운동보다 강했다. 연금개혁에 검은색 법복차림의 변호사들이 시위에 나섰다. '더 냈는데 덜 받는 게 억울한' 의사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연금개혁은 나부터!' 퇴임 후 연금을 받지 않겠노라 약속했다. 연금개혁 반대자들은 요지부동이다. “나에게 연금불이익이 오는 건 반대지만 정부의 개혁추진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랑스인들의 평등은 '나만 빼고'인가 보다.
프랑스에서 똘레랑스(tolérance)는 '관용'을 뜻하는 사회윤리 개념이다. '참다, 감수하다'라는 라틴어 'tolerare'에서 유래했다. 관용은 '가진 자'의 배려가 아니다. 똘레랑스는 서로의 신념과 가치를 '수용'하겠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나 아닌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쿨(cool)'한 제안이다. 지금 마크롱은 국민에게 '수용'의 똘레랑스를 제안하고, 국민은 마크롱에게 '배려'의 똘레랑스를 요구한다. 프랑스 연금개혁은 불붙은 시한폭탄이다. '내 것'도 개혁에 넣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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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남서울대 겸임교수 ssonn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