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에 막힌 양자암호...국내 인증 없어 현장 적용 못해

'인증'에 막힌 양자암호...국내 인증 없어 현장 적용 못해

국내 대·중소 기업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상용화했지만 인증·제도 미비로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의 매출을 차치하더라도 기술 사장화는 물론 양자암호 생태계 고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기업은 공공시장 진입에 필요한 인증 제정과 양자암호통신 도입 근거가 되는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다수 공공기관이 양자암호키분배(QKD) 기반의 양자암호통신 도입을 추진했지만 인증 제정의 불확실성 등으로 논의를 백지화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은 '전자정부법'에 의거해 정보보호시스템, 네트워크 장비 등 보안 기능이 탑재된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을 도입할 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보안적합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

통상 공통평가기준(CC) 인증이나 한국형 암호모듈검증(KCMVP) 등 사전 인증을 획득해야 보안적합성 검증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QKD는 현재 CC 인증 및 KCMVP 인증 대상이 아니다. 이에 보안적합성 검증을 받을 수 없다. 공공기관이 도입할 수 없는 이유다.

QKD 장비를 상용화한 대기업과 암호 모듈 등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은 3년여 동안 정부에 인증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국가보안연구소 등이 인증 제정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일정 등 세부 계획은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관계자는 1일 “국정원과 국보연이 수년전부터 QKD 인증 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세부 계획 등을 확정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모두 수년간 지속해 온 투자가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는 “보안 장비 특성상 공공기관 실적으로 신뢰를 얻고 시장을 확대해야 하지만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 일본 등 기업이 자국 실적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기르고 있어 국내 기업의 선제 투자 효과가 사라질 위기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루 빨리 양자암호 인증을 제정하고 공공기관 중심으로 레퍼런스를 발굴해야 양자암호통신 산업의 주도권 확보 등 경쟁력 배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자암호통신 인증 부재뿐만 아니라 양자암호통신 정책 예측 가능성 부재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새로운 기술 기반의 보안장비 도입에 필요한 법적 근거 등 제도와 실제 현장 도입에 필요한 인증 제정 관련 일정 등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 관계자는 “양자암호통신 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법적 근거와 인증이 모두 제정돼 있어야 한다”면서 “제도·인증 제정이 박자를 맞추며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시장이 언제 열리는지, 얼마를 더 투자해야 하는지 등을 가늠할 수 없다”며 어려운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국내 인증 제정 시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이 본격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KCMVP 인증을 도입해 국내 기업이 하루 빨리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