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골든타임

대형 재난사고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교훈을 남긴다. 안전 불감증을 질책한다. 변화와 개선 과제도 던진다. 국가시스템 대개조를 주문하기도 한다. 2001년 미국 9·11테러가 그랬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마찬가지다. 2003년과 2015년에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도 그랬다. 많이 변했는가. 코로나19가 옛 기억을 소환시킨다.

현 정부는 세월호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 위에서 출범했다. 유권자들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기대했다. '골든타임' 사수는 세월호가 국가에 던진 과제다. 결과는 어떠한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골든타임은 지켜졌는가. 마스크 수출 규제 역시 시간을 놓쳤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골든타임은 지난 듯 하다. 위기 상황에서 정책 결정권자는 계속 선택을 강요받는다. 물론 정부는 최선의 선택지를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초동 대응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결단과 선택에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집단 감염, 지역감염으로 번졌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몸에 침투하려는 바이러스 공격에 전 인류가 속수무책이다. 의료 백신은 부재하고, 사회적 면역 체계도 부실하다.

대한민국 전역이 전쟁터가 됐다. 의료진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비 오듯 하는 땀과의 전쟁이다. 국민들은 불신과 불안 바이러스와 싸운다. 일상에서 안전지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근무하는 직장에서부터 버스 지하철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골든타임은 그렇게 흘러갔다. 마스크 난민이 출현했다. 한순간 마스크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했을 당시에 나타난 징후를 잘 살폈더라면 어떠했을까.

국가 기능과 역할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조명된다. 국민은 생명과 안전을 지켜 주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앞에 우왕좌왕했다. 골든타임 사수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국민이 기대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는 적어도 마스크 5부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예고된 인재'다. 안전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문제이자 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역사적 사건은 우리에게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안전 대응은 패러다임 전면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우리 보건 행정력에도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사후관리(AS)에서 사전관리(BS)로 바꿔야 한다. 사전 징후를 발견하고 골든타임을 지키는 메뉴얼 국가가 돼야 한다. 미리미리 취약점을 찾아야 선제 대응이 가능해진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 혁신의 시작점이 되길 희망한다. 위기는 혁신의 출발점이다. 오늘날의 경험은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전염병과의 싸움을 위한 소중한 빅데이터다. 시행착오 역시 우리나라가 되새기고 발전시킬 안전자산이다. 빅데이터와의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신종 변종 바이러스 공격에 대비하자. 2020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코로나19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매뉴얼 국가체계 완성이 필요하다.
코로나와의 싸움은 언젠가 종식될 것이다. 기약은 없지만 우리 국민 역시 바쁜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잊혀짐이다. 의료 백신은 물론 사회적 백신 개발을 고민할 때다. 골든타임의 중요성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확인된다.

[데스크라인]골든타임

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