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 역대 최저, 韓 제로금리 시대 돌입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 '제로(0)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P 전격 인하했다. 역대 최저금리로 기준금리가 0%대에 들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조치다. 한은이 0.50%P이상 금리를 내린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이후 10년 만이다.

한은은 당초 이번주 중 임시금통위를 열 예정이었지만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자 일정을 앞당겼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는 추경 편성 등 재정정책의 확장적 운용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등을 고려할때 지금 이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은 금리인하 폭도 미 연준 결정에 영향을 받았다. 미 연준은 전날 기준금리를 0.00∼0.25%로 1.00%P 인하했다. 지난 3일 0.50%P 인하에 이은 재조정으로 2주 사이에 총 1.50%P를 내린 셈이다. 이와 함께 7000억달러 규모 양적완화(QE) 프로그램도 시작하기로 했다. 연준이 '제로금리'까지 내리자 한은도 0.50%P '빅컷'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지난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며 “이에 금통위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기준금리 인하 이유를 밝혔다.

이 총재는 “위기 상황에서 영세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이 어려움 이겨내도록 하려면 그들의 차입 비용을 가능한 큰폭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금리인하와 함께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0.50~0.75%에서 0.25%로 인하키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중소기업 등 지원을 위해 시중은행에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한은 환매조건부매매(RP) 대상증권에 은행채도 포함한다. 다음달 1일부터 1년 동안 시행된다. 신용위험이 확대될 경우 한은이 은행채 매입에 나선다. 한은은 이를 통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게 된다.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 인하로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유인을 제고하고, 차입기업의 이자부담 경감, 자금사정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아울러 RP매매 대상기관들의 담보여력을 확충해 유동성 공급의 원활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행렬에 동참하게 됐다.

지난 3일 호주 중앙은행이 역대 최저수준인 0.50%로 금리를 내렸다.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국 영란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일제히 금리를 내려 경기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미 금리수준이 마이너스인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저금리로 유럽은행들에게 대출해주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도입하기로 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