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해외직접투자 619억달러 최고..."제조업, 반도체·디스플레이 현지투자↑"

[표=기획재정부]
[표=기획재정부]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최고치다. 제조업은 대형 합병인수(M&A)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현지시장 진출로 10%이상 뛰었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가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송금액이 전년(511억 달러) 대비 21.0% 증가한 618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최대다.

해외직접투자액은 2015년 3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17년 447억2000만 달러, 2018년 511억 달러에 이어 작년에 처음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해외직접투자액에서 지분 매각, 청산 등 회수 금액을 차감한 순 투자액은 지난해 493억3000만 달러로, 전년(416억5000만 달러)보다 18.4% 증가했다.

업종별 투자액 비중을 보면 금융·보험업이 40.5%로 가장 컸고, 이어 제조업(29.7%), 부동산업(11.2%), 광업(4.1%), 도매 및 소매업(3.3%) 순이었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증가세는 투자 비중이 큰 금융·보험업, 부동산업이 이끌었다.

금융·보험업 투자액(250억4000만달러)은 45.4% 늘어났다. 국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수익률 제고를 위한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의 해외펀드 투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69억3000만달러)도 안정적인 수익을 위한 대형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의 투자가 늘면서 33.3% 증가했다.

제조업 투자액(183억5000만달러)은 13.8% 증가했는데, 글로벌화에 따른 대형 인수·합병(M&A)과 전기차·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서 해외 현지 시장 진출 목적의 투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투자 비중을 보면 아시아(32.3%), 북미(25.8%), 유럽(21.9%), 중남미(16.6%), 대양주(1.6%), 중동(1.0%), 아프리카(0.9%) 등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투자 비중이 23.9%로 가장 높았고, 미국을 겨냥한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가 13.1%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중국(9.4%), 베트남(7.2%), 싱가포르(4.9%) 등의 순이었다.

국가별 해외투자액을 보면 미국(147억7000만 달러)은 기업의 글로벌 판매망 확대를 위한 대형 M&A 등으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또한, 중국(58억 달러)은 전기차·반도체 분야 현지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대기업의 시설 투자 등으로 20.7% 증가했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이같이 급증했지만, 국내 투자는 급감해 대조를 이뤘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 투자는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2009년(-9.6%)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