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28과 3·28, 그리고 4·15

2월 28일. 이날은 지난 1960년 3월 15일 제4대 대통령선거와 제5대 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유당 정권의 온갖 불법 선거 개입에 대항한 대구학생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당시 정권은 학생들의 유세장 입장을 막으려고 휴일인 일요일에 등교를 지시했고, 이에 반발한 대구 지역 학생들은 독재 정권의 불의를 규탄하며 민주화 운동의 횃불을 들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올해 2월 28일은 대구시민의 날이었다. 대구에서는 2·28 60주년 기념 대구시민주간(2월 21~28일)을 맞아 시민의 자긍심을 높여 줄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구시민주간 사흘 전인 2월 18일 코로나19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축제여야 할 대구는 악몽의 날이 됐다. 매일 수백명의 확진자가 나와 병원은 아수라장이 됐고, 번화하던 거리에는 인적이 끊겼다.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대구 시민들은 단 며칠 만에 패닉에 빠졌다.

그러나 대구는 강했다. 시민들은 사회 거리 두기를 자발 실천했다. 확진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침착함을 잃지 않고 질서를 지켰다. 누군가는 성금, 어떤 이는 마스크, 또 어떤 시민은 빵과 김밥을 내놓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대구시는 이런 가운데 3·28 대구운동을 선언했다. 3월 28일까지 모든 방역 역량을 집중, 코로나를 종식하자는 운동이자 시민과의 약속이다. 약속한 날은 지났고, 목표한 한 자릿수 확진자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2·28 대구학생민주화운동이 독재를 완전히 막지 못했듯 3·28 대구운동이 코로나를 종식시키진 못했다. 그러나 절박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려는 강한 시민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둘 다 성공한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4·15 국회의원선거(총선)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시민들에게 희망의 바이러스를 퍼 나를 인물이 필요하다. 대구뿐만 아니라 지쳐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표 계산 선거공학에 골몰하는 정치권이 밉지만 그렇다고 투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최악질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선은 기대할 수 없어도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게 선거다. 코로나19는 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 지역의 미래를 위해 최악의 인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그날이 바로 4월 15일이다.

정재훈 전국부 기자
정재훈 전국부 기자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