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코로나19 이후 우리가 봐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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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칼럼]코로나19 이후 우리가 봐야 할 것

“코로나19 이전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다.”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생활 방역을 병행해야 한다는 맥락으로 얼마 전 질병관리본부에서 한 말이다. 만약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한 기억 없이 이 말을 들었다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충격은 매우 컸을 것이다. 갑자기 발발한 전쟁으로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이 그와 같았을까.

흔히 기술 발전을 말할 때 그 혁신의 이면에는 전쟁과 같은 큰 변혁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전쟁 상황은 '생존'이 걸린 큰 문제였기 때문에 생존 필요에 의해 기술과 기타 산업 발전에 매진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세계 확산 충격을 잘 극복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해 기술이나 의료·교육 및 기타 여러 분야의 발전이 요구되고 있고, 그에 따라 많은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특히 감염 우려가 낳은 경제 침체기에 집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가 늘면서 이러닝, 원격근무·원격진료, 온라인 유통 등 이른바 '언택트(untact)'라 불리는 비접촉 활동과 관련된 산업이 관심을 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유통업체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은 반면에 오프라인 매출은 두 자릿수 하락을 보였다. 비단 유통에서만 그럴까. 여러 문제로 논란이 된 원격진료 역시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프로스포츠계도 시즌 개막이 어려워지자 무관중 경기를 온·오프라인으로 중계하는 것을 고려하는 실정이다.

콘텐츠 산업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난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놀 거리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이와 관련된 스트리밍 기반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다. 실감콘텐츠 역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용자 급감으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으나 '언택트' 문화를 파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5세대(5G) 이동통신과 함께 그 시장의 향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 기술과 결합한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코로나19가 유발한 '언택트'는 개인 중심의 온라인 경제로 무게중심이 넘어가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 여러 콘텐츠 수요가 확대되는 것은 산업 발전 측면에서 반길 일이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가 이제까지 누려온 문화 향유의 삶을 모두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인지는 냉정하게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이면에 있는 그림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첫째 기술 발달에 따른 혁신 확산은 기본적으로 인프라와 가격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기술 혁신은 기기와 초고속 인터넷망, 이용자 수요와 시장가격 문제가 확산의 임계점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이지만 이 문제는 한 번에 해결되기 쉽지 않은 난제다. 온라인 개학을 맞고 있는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처럼 콘텐츠 분야에서도 확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코로나19 확산은 빈부 차에 따른 피해 규모 차이를 낳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 영세한 콘텐츠기업과 창작자·스태프들의 사정을 감안하면 현 상황은 업 자체를 그만둬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코로나19 와중에도 챙겨야 할 중요한 사안이나 그 이후 보완책이 더 중요할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 이후에 봐야 할 것은 자명하다. 코로나19 시기에 나타난 가능성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기존 계획을 과감히 수정·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능성에 가려진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 기반은 창의성에 기반을 둔 창작력과 현장 기술력에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무너진다면 향후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어떤 계획도 결국 사상누각일 뿐이다.

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장 kneon3@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