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아놀드 허 젠지e스포츠 한국대표 "스포츠 교육을 통한 진로 가능성 확대"

아놀드 허 젠지e스포츠 한국대표
아놀드 허 젠지e스포츠 한국대표

“최고 재능을 찾는 수요가 많지만 프로선수와 업계를 이해하는 인재 발굴 경로가 부족합니다.”

아놀드 허 젠지e스포츠 한국대표가 진단한 e스포츠 상황이다. e스포츠에 막대한 돈이 몰리고 있지만 급격한 성장에 내실이 따라가지 못하는 징후가 발견된다.

LA카운티 경제개발공사(LAEDC)에 따르면 세계 e스포츠 시장은 11억달러(1조3400억원) 규모다. 타 스포츠 시장 규모와 어깨를 견줄 만한 독자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까지 32억달러(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스포츠 구단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투자자본이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어린 나이에 투신하는 프로선수는 교육문제에 부딪힌다. 업계는 경험 많은 인재 부족에 시달린다. 기존 엘리트 스포츠 교육문화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한국에서만 문제가 아니다. 업력이 짧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젠지는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되고자 '엘리트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서울에서도 운영된다. 젠지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9년 글로벌e스포츠 팀가치평가'에서 1억8500만달러로 6위를 차지한 종합 e스포츠 구단이다. 메이저리그로 분류되는 리그오브레전드리그, 오버워치리그에 서울 팀을 소유하고 있다.

엘리트 아카데미는 프로게이머 데뷔를 위한 단순 학원이 아니다. 교육과정으로서 아카데미 역할을 강화하고 대학진학과 e스포츠 관련 업종으로 진출까지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교육청 인가를 받아 미국 정규교과 과정을 바탕으로 e스포츠 트레이닝과 미국 교과 교육을 동시에 한다. 한국어와 역사, 문학 등 다양한 과목도 수강할 수 있다. 졸업 시 미국 정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수업은 전체 영어로 진행된다. 프로팀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인 만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시에는 젠지 프로팀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200여개 대학에서 연 1500만달러 규모 e스포츠 장학금을 제공 중이다. 게임과 영어 실력만 받쳐준다면 대학 선택지가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셈이다.

그는 “미국은 한국과 달리 어렸을 때 스포츠 교육을 통해 팀워크, 성실함, 성취감을 배우고 이를 대학에서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는 학업과 게임 선택지가 두 개만 있는데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해 진로 가능성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e스포츠 산업 내 리더에게 수업과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프로게이머로서 삶뿐 아니라 은퇴 이후 삶까지 구상할 수 있다. 또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놀드 한국대표는 “게임만 아는 학생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며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놀드 한국대표는 부계로부터 한국 핏줄을 이어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언제나 한국에 기여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했다. 조언은 지금 그가 한국 e스포츠 비즈니스에 큰 역할을 하게 된 밑거름이 됐다.

그는 “산업이 아직 어려 경험 많은 사람이 부족하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 업계에 발맞춰 재능있는 선수와 업계를 이해하는 인재를 배출해 산업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