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닌텐도 대란과 '명텐도'

[기자수첩]닌텐도 대란과 '명텐도'

출시된 지 4년이나 지난 게임기가 여러 진풍경을 낳고 있다. 지난달 닌텐도 독점 기대작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출시되면서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는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씨가 말랐다. 품귀 현상이 길어지면서 신품·중고 모두 가격이 정가보다 2~3배 치솟았다. 정가 32만원에 불과한 상품이 일부 오픈마켓에는 100만원 넘는 가격에 올라와 있다. 소비자를 노린 사기나 피싱사이트도 판을 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한 공급 부족, 외출이 제한되면서 여흥 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가 서로 맞물려 상승효과를 냈다. 구매자는 실시간으로 오프라인 매장 재고 정보를 공유했고, e커머스 플랫폼에는 구매 매크로가 등장했다. 이 기회에 한몫 챙기려는 판매자 행태도 빈축을 샀다. 기기는 정가에 팔면서 수십만원어치의 액세서리 재고를 묶어 팔았다. 소비자는 이른바 '인질 세트'라고 손가락질했다.

물량을 확보한 매장에는 인파가 몰렸다. 용산전자상가에는 상품을 70개나 차지하기 위해 2000여명이 새벽부터 줄을 섰다. 물량이 풀린다고 알려진 날에는 e커머스 플랫폼 검색어 순위 1위는 모두 '닌텐도 스위치'가 차지했다. 2400대를 마련한 이마트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오프라인 선착순 판매를 중단했다. 그 대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추첨제를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맥주, 유니클로는 불매하면서 게임기는 일본산을 좇는다며 '선택형 불매운동'이라는 조롱도 나온다. 잘 만든 게임 하나가 사회 현상으로 확대됐다. 물론 '동숲 열풍' 자체는 아직까지 '포켓몬GO'를 하는 사람은 드문 것처럼 일시 현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 시국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잭팟이 터진 상품이 하필 일본 제품이라는 점은 못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우리는 일본처럼 닌텐도 게임기 같은 걸 못 만드나?” 하던 것이 벌써 11년 전이다.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명텐도'라는 비판이 뒤따랐고, 실제로도 큰 반향은 없었다. 11년이 지난 한국은 게임도 잘 만들고 스마트폰도 잘 만들지만 여전히 닌텐도는 못 만든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