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 카타르 LNG선 24조 '잭팟' 배경은 '기술 초격차'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 대우조선해양 제공]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독보적 기술력이 24조원 규모에 달하는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를 성사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를 견제할 만한 경쟁국이 없다는 점에서 조선업에 신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멤브레인형 LNG 화물창 기술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멤브레인형은 LNG 저장탱크가 선체와 일체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경쟁국 일본이 1990년대 주력이었던 갑판 위에 화물창을 싣고 다니는 모스형을 여전히 주력 생산하는 것과 대비된다.

국내 조선 3사의 멤브레인형 화물창 설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마크 III(MARK III)를, 대우조선해양은 No96이 주력이다. 모두 뛰어난 방열 성능으로 LNG 기화율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세부 방식만 차이난다. 마크III는 단열벽으로 열의 팽창과 수축에 반응하는 반면, No96은 화물창 밖에 단열 외벽을 하나 더 둔 것이 특징이다. 짐을 실을 공간이 그만큼 줄지만,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조선 3사는 이 같은 기술력으로 대규모 수주를 터뜨렸다. 앞서 1일 카타르 국영석유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조선 3사와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 LNG 운반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산업 사상 단일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번 발주 선박들은 모두 멤브레인형이다. 국내 조선 3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미츠이 E&S 등 일본 조선사들은 일찌감치 입찰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3사는 가격 경쟁력도 압도한다. 종합설계능력을 갖춘 데다 높은 기자재 국산화로 건조 원가가 낮다. 한국 조선업 기자재 국산화율은 90%를 상회한다. 중국이 5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다만 이번 계약은 정식 발주 전 가계약이다. 2027년까지 건조 공간(슬롯)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정식 건조 계약은 이르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QP와 조선 3사는 LNG 선박 척당 가격과 각 사에 할당된 물량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각 사는 한 해에 LNG 선박을 최대 건조할 수 있는 규모가 서로 다르다”면서 “QP가 일단 슬롯부터 확보해 놓고, 그 안에서 각 사들과 최대한 가격 협상해 할당량을 조절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선 3사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나온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전환에 나서고 국제해사기구(IMO) 탈황 규제가 시작되면서 LNG를 실어 나르고, 연료로 사용하는 LNG 선박 수요가 늘고 있다. 러시아와 모잠비크 등 대규모 LNG 프로젝트들도 남아 있다.

정부는 이번 성과에 고무적이다. 정부는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 해운업 지원을 통한 조선업 동반성장을 추진하고, 이듬해 조선업 활력 제고 방안을 추가 내놓는 등 조선업 육성에 매진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본 계약이 이뤄지기 까지 업계의 애로에 귀 기울이고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