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게임중독 상담 수요 감소···예산 위한 무리한 환자 만들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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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게임중독 상담 수요 감소···예산 위한 무리한 환자 만들기 우려

전국 중독관리통합센터에 인터넷·게임 중독 상담자 수가 급감함에 따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국내에 섣불리 도입할 경우 '환자 부풀리기'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관련 사업 근거 확보를 위해 정상과 중독 경계에 있는 사람도 환자로 분류하는 작업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독관리 예산이나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전까지 무리하게 환자를 만들어 당위성을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집단의 과거 행보에서 비롯됐다.

게임 몰입 증상을 질병으로 간주하는 것은 의료기관 치료를 전제로 한다. 중독을 유발하는 게임사가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실제로 2013년 국내에서 이 논리를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알코올상담센터가 명패를 바꿔달기 불과 반년 전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는 의사·학부모·여성단체가 찬성의견을 피력했다. 국내 정신과 의사가 중심인 중독포럼은 인터넷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가운데 하나로 본다. 게임은 인터넷에 포함된다.

중독포럼 논리는 2013년 6월 정신과 의사 출신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4대 중독법)'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 개정안은 여러 논의를 거치며 결국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4대 중독법에 앞서 여성단체 출신 손인춘 의원은 2013년 1월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일명 손인춘 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중독 예방조치를 하지 않거나 중독성이 높은 인터넷게임은 최대 매출 5% 혹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5억원 이하까지 과징금을 매기고, 여성가족부 장관이 인터넷게임 관련 사업자에 연간 매출액 1% 이하 범위에서 인터넷게임중독치유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게 했다.

또 여가부가 인터넷게임중독치유센터를 설립하고 보호자가 치유를 원하면 지체 없이 중독자를 치유해야 하는 등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한 규제도 담았다. 손인춘 법 역시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며 자동폐기 됐다.

같은 논리는 20대 국회에서도 계속됐다. 윤종필 의원은 게임중독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뜻을 같이한 중독예방학부모연대는 민간 주도 게임중독 피해 전담기구를 설립해 게임회사 순수익 1%를 게임중독 예방치유 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업계 전문가는 “공중보건보다는 특정 집단 이익을 위해 게임을 중독물질, 질병으로 만들려 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이미 역할을 하고 있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 등으로 게임 부작용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