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20>고도의 기술은 시각화로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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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자신이 직접 연구하는 분야가 아닐 경우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도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까지 기술 수준은 고도화, 전문화돼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기업은 자사가 보유한 제품이 갖고 있는 기술 우위 요소를 일반 고객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점차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 기반형 기업인 인텔 역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인텔은 8086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개발해 IBM이 만든 최초의 PC에 이를 장착했다. 인텔은 보다 개선된 칩을(1982년 286, 1985년 386, 1989년 486) 연이어 개발했다. 개인용 컴퓨터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텔은 1991년 초 경쟁자들의 맹추격에 고전하게 된다. 경쟁 기업이 인텔 제품의 '복제품'에 인텔과 유사한 브랜드를 붙여 마치 인텔이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인 듯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많은 고객은 중앙연산장치가 무엇인지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해 유사품의 칩셋이 인텔 제품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고객이 여타 경쟁사의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인텔이 선택한 해결책은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기존의 기술 기반 기업들처럼 보다 좋은 제품을 개발해 설명서나 브로슈어를 통해 자사의 제품이 타사에 비해 얼마나 우수한지 설명하는 방법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제품 설명서나 브로슈어는 사람들이 버리기 일쑤다. 기술력의 차이를 자세히 기술했다 하더라도 처음 샀을 당시에만 대강 읽어보거나 아예 읽지도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읽어본다 한들 그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20>고도의 기술은 시각화로 설득해야 한다

결국 인텔은 보이지 않는 컴퓨터 내부에 위치한 자사의 부품을 광고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소는 고객들이 항상 쳐다보는 컴퓨터 외부 본체라고 판단했다. 기술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용이한 방식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의사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인텔 내부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 브랜딩 프로그램에 따르는 엄청난 액수의 예산을 차라리 R&D 비용으로 사용하는 게 더 바람직한 것은 아닌지, 또 B2B사업 위주인 인텔 같은 기업에 브랜드 구축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인텔은 1991년 봄 1억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야심찬 브랜딩 프로그램인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에 착수했다. 초반의 우려와 달리 이 프로젝트는 비교적 단기간 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인텔 인사이드 로고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컴퓨터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인텔의 CPU의 성능이 경쟁사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정확히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Intel Inside' 즉, 인텔칩이 안에 있다는 선동적인 로고만 보고 컴퓨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 로고는 “인텔이라는 타사에 비해 경쟁 우위에 놓인 제품이 본 컴퓨터 내부에 탑재돼 있음을 여러분도 아셔야 합니다”라는 식으로 이해됐을 것이다. 이제 많은 소비자들에게 컴퓨터를 구매할 때 인텔 칩이 탑재됐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필수 코스가 됐다.

우리 인간은 무언가를 판단할 때 시각에 의존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복잡하고 난해하며 전문적인 기술적인 요소들을 일순간 단번에 설명하는 방법을 시각적인 로고에서 찾았던 인텔의 전략은 성공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지금 자사의 기술력을 고객에게 인식시키길 어려워하는 기업이 있다면 인텔과 같은 전략을 구현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