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자업계 중견·중소기업 신입 채용 '씨가 말랐다'

연 매출 4000억원대의 중견 가전 A기업은 올해 신입 직원 채용 계획을 철회했다. 매해 신입과 경력 직원을 공개 채용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직격탄에 여력이 없다. 사업 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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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긴 B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올해 신규 채용을 보류했다. 지난해에는 수시 채용으로 신입 직원을 뽑았지만 올해는 매출 하락 직격탄으로 기존에 해 온 수시 경력 직원 모집만 이어 가기로 했다. 최근 이 업체는 코로나19로 임원 임금 20%를 반납했다. 직원들도 돌아가면서 무급 휴직을 실시하는 와중에 신입 직원 채용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회사 분위기다.

중견 가전 업체 C사도 올해 공채 계획을 보류했다. 그룹사와 계열사 모두 채용을 미루기로 했다.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고 내년 상황도 짐작하기 어려워 '위기 경영' 모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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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중견 가전업계의 신규 채용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당장 필요한 소수의 경력 직원 채용 이외에는 신규 채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소수 기업만이 입사 후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 직원 모집만 간간이 진행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채용 과정부터 사내교육훈련(OJT) 등 수년간 투자를 계속 이어 가야 하는 신입 직원 채용에 부담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올해를 넘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신규 채용 실시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25일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때 가장 먼저 줄이는 투자가 바로 신규 작원 채용”이라면서 “어려운 이 시국을 어떻게든 버텨 내야 한다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에 신규 직원 채용은 꿈도 못 꾼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은 아무리 힘들어도 사회 책임의 일환으로 매해 대규모 신입 공채를 실시하지만 중견기업은 비교적 이런 시선에서 자유로워 상황이 어려워지면 채용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올해 들어 중소 가전업체 가운데 신규 공채를 실시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전자업계 중견·중소기업은 구직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양질의 일자리라는 점이다. 낮은 이직률이나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공채 경쟁률도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에 신규 채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뾰족한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 감소는 중·장기 및 직간접으로 사회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정책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소외된 전자 산업에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올해 2월 대학 졸업 인원이 55만명에 육박하지만 코로나19로 취업한 인원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정부 정책 지원의 초점은 기업의 고용 지원과 유지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