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다양화와 공기업 역할

주형진 차지비 대표.
주형진 차지비 대표.

6월 30일부로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차 특례요금제가 종료된다. 충전사업자들은 전력기본료라는 고정비 부담을 안게 됐다. 연간 수억원의 고정비가 생겨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전요금이 올라가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전은 특례요금제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한시적 혜택임을 분명히 했다. 국내 충전사업자들은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사업했기 때문에 한전의 가격정책에 불만을 토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현재 보조금 정책을 개선해서 공급자인 사업자와 수요자인 전기차 사용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없을까. 현재의 환경부나 한국에너지공단의 충전기 보조금 지원사업은 전기차를 확대하기 위해 연간 목표치를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도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이런 지원 사업들은 전기차 확대를 위한 초기 충전 시장에 긍정 역할을 했다. 특히 사업자 입장에서는 아직 충전 수요 부족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주 유용한 정책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일부 사업자는 충전기 초기 투자비용을 절감해 사업 지속성을 가져가기보다는 충전기 설치 과정에서 단기 수익에 집중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설치된 충전기의 2년 의무 운영 기간에 발생될 운영비는 한전의 전기차 특례요금 체계에서는 별다른 부담이 없었다. 특례요금이 종료되더라도 운영 의무 기간까지만 부담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설치된 충전기가 수천기를 넘어서면서 한전의 특례요금 종료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충전기에 대한 보조금을 어떻게 지급하고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는 충전기 사용량을 확인하고,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했다는 것을 근거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미국의 충전서비스 기업인 차지포인트는 ㎾h당 충전요금이 300원이라면 고객에게는 200원으로 가격을 고시하고, 정부의 보조금 100원을 받아서 그들이 받아야 할 충전요금을 회수한다.

이런 정책은 사용자에게 합리적인 충전요금이라는 매력을 유지하고, 사업자는 사업성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된다. 사업자가 충전기를 설치할 때도 수요를 고려해 설치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전력 자원과 투자 자원을 최적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 충전기에 대한 선택도 저렴한 충전기에 연연하기보다는 단가가 높더라도 사용의 편의성, 안정성, 기능성, 심미성 등을 반영한다.

우리나라 충전 사업에서 가장 큰 사업자는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과 한전이다. 환경공단은 세금을 기반으로 사업 재원을 마련하고, 수익을 남겨야 하는 기업 입장과는 엄연히 다르다. 한전의 경우 독점 배전사업자 및 공기업이라는 위치에서 충전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전과 경쟁해야 하는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확대나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충전서비스 사업은 고정비용 부담이 큰 플랫폼 성격을 띠고, 고정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고객의 사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낮은 요금과 충전소 요충지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공단과 한전이 시장 내 공용충전 사용량 70% 이상을 가져간다. 이에 민간사업자는 고객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적극 이어 가든지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충전기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충전사용량에 지급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1단계로 충전기 설치 수량에 집중하는 정책이었다면 2단계에서는 충전기 설치와 사용량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병행하고, 최종 단계에서 사용량에 대한 보조금만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때다.

사업자는 사용량 기반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수요를 늘리려 할 것이고, 수요 창출을 위해 충전기 설치와 회전율이 높은 충전소를 선제 고민할 것이다.

여기에 정부기관 도매 사업에 대한 역할 한정을 제안해 본다. 한전은 지금처럼 고객에서 충전카드를 직접 판매하는 소매사업자가 아닌 도매사업자로서 산업의 마중물 역할이 확대됐으면 한다. 주유소는 디젤, 휘발유, 고급유라는 차별성과 입지 차별성에 따라 리터당 가격이 다르다. 충전은 획일화된 요금제만 존재하고, 이마저도 도매와 소매 사업이 혼재해 산업 및 유통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는 충전서비스 사업자가 정상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주형진 차지비 대표 philip.joo@charge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