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저임금' 줄다리기

[기자수첩]'최저임금' 줄다리기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노동계는 1만원 주장을 굽히지 않고 경영계는 사업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총 33% 인상됐다. 2018년 기준 7530원(전년 대비 16.4% 상승)에서 2019년 8350원으로 10.9% 인상됐고, 올해는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평균 인상률은 약 10% 수준이다. 2018년 이전 3년의 평균 인상률 7.5%와 비교할 때 2.5%포인트(P) 높다. '소득 주도 성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로 시행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이뤄내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로 말미암아 국가 경제는 '전시(戰時)'상황이나 다름없다.

경기 부양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 저소득층의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했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 여파와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달 실업자는 역대 최대, 실업률을 21년 만에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최악의 고용 시장 속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초래할 결과는 불 보듯 빤하다.

물론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고 근로자의 권익과 이익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수준의 임금이 책정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임금 지불 능력은 한계에 이르렀다. 임금 인상은 한계 상황에 몰린 이들에게는 단순히 종업원에게 시간당 몇 백원을 더 주는 차원이 아니라 생존이 달린 문제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가 “산업현장에서는 일감이 없어 빚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현재 노동계와 경영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의 격차는 1590원이다. 지난해 최초 간극인 2000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크다. 문제는 이 간격을 얼마나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줄여 나가는 것에 달렸다.

최저임금 협상은 서로의 주장을 관철해서 승패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쌓고 노동자도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합의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