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십니까?"

연금을 가입할 때 우리가 열심히 모은 자금이 은퇴 후 필요해지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관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실제로 이 자금은 보관되지 않고 투자자금으로 사용된다. 당신의 연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대다수 사람에게 2020년은 좋은 추억으로 남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세계 경제 또한 큰 타격을 받고 멈춰 섰다. 2020년 2월 중순 코로나19 확산 우려 완화로 말미암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나스닥, S&P500 등 주요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그 후 몇 주 동안 주식시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6개월째 세계 경제 대국의 상당수는 2020년도 국내총생산(GDP)의 두 자릿수 하락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요논단]"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십니까?"

이 모든 일의 핵심은 미래 에너지 부문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시급한 기후 위기에 더욱 적극 대응하는 등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면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가 연금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한다.

올해 세계 최대 석유 회사들은 이미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발생한 가격 하락으로 40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세계 최대의 석유 회사 엑슨모빌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명단에서 공식 퇴출됐다. 1928년부터 100여년 동안 유지해 온 명성의 끝을 맞게 됐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화석연료 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상반기 6개월 동안 사상 처음으로 석탄화력 사용량이 위탁 생산량보다 많이 줄었다. 석탄의 경제 가치는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석유와 석탄 수요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가져다 줄 많은 경제 기회를 명확하게 부각시켰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는 이미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의 모든 주요 시장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기존 석탄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저렴해질 것이다. 녹색 청정에너지는 이제 검은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는 각국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관련 투자를 늘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것들을 기반으로 한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한다. 아직도 화석연료가 미래를 위한 안정 투자처로 느껴지는가.

최근 영국에서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연금 가입자 65%가 그들의 연금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돼야 한다고 답했다. 연금기금이 기후변화 위험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향후 20~30년 투자 수익률 확보를 생각한다고 할 때 이러한 답변은 재무 상태 건전성을 고려한 판단인 것으로 느껴진다.

영국 정부는 현재 직장 연금 신탁관리자들이 세계 에너지 전환에 따른 영향을 고려한 효율 높은 전략과 위험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법안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금융안정위원회의 '기후 관련 재무 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TF)' 권고안이다. 영국 연금 신탁 관리자들이 법에 따라 기후 리스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장기로 영국 근로자들이 연금에 대해 이해하고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모두 '순 배출 영점화'(탄소 배출 제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0년 현시대에 지난날 화석연료 산업의 성공을 기대하며 장기 연금 계획을 성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려면 20세기가 아닌 21세기 기술에 연금이 투자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enquiry.seoul@fco.gov.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