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디지털 기록 유산'…"전산센터 이전 시 멸실 우려 커"

국가 아카이브 아닌 G-클라우드 관리
내진·방폭 '나라기록관' 무용지물화
국기원 "대전·광주·부산 삼중체계 마련"

국가기록원. 전자신문DB
국가기록원. 전자신문DB

국가기록원이 디지털 기록 유산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두고 파열음이 일고 있다.

6일 국가기록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가기록원은 최근 소장 기록물과 전산·저장 장치 등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통합전산센터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국가기록원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양해각서(MOU) 교환 등 별도 절차를 생략하고 실무 협의를 거쳐 이전 작업에 돌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은 연내 완료될 전망이다.

이전은 국가기록원 차세대 전산 시스템과 전자 형태로 생산·보존되는 국가기록물, 관련 장치 등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으로 옮겨 G-클라우드 방식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에서 결정됐다. 국가기록원 자체 예산으로는 전산 장치 등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지원을 받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으로 이전이 완료되면 국가 기록 유산을 저장하는 주 전산 시스템과 서버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관리, 국가기록원은 전산망을 통해 원격 작업과 검색을 수행하는 구조가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국가 아카이브 시설이 아닌 전산 시설로 이전 시, 디지털로 구축되는 국가 기록 유산을 일거에 유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국가에서 기록 유산은 유사시에 대비해 별도 아카이브 건물에서 보존한다”면서 “이전 시 국가기록물 멸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이 보존·관리하는 기록물은 국가 기록 유산으로 국가 사초가 된다. 과거에는 아날로그 기록물이 기록 유산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점차 디지털 기록 유산이 많아지고 있다. 전자문서, 시청각물, 간행물, 행정정보 데이터셋 등 현재 국가기록물이 대부분 전자 형태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과거 아날로그 기록물도 전자화를 통해 디지털 기록 유산으로 통합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와 전쟁 등 유사시 전산센터가 파괴되면 국가 사초가 되는 기록물이 전량 멸실되는 셈”이라면서 “과거에 생산된 기록 유산은 멸실 시 재생산이 불가한데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내진, 방폭 등에 대비해 건축한 나라기록관이 무용지물화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나라기록관 전산실은 국가 기록 유산 보존을 위해 국제 수준 첨단 시설로 건축됐다. 지난해 국가기록원 역시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설치 장소로 나라기록관을 설정한 바 있다. 나라기록관에 주 전산 시스템과 서버를 설치하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으로 이전하는 것보다 디지털 기록 유산 관리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기록 이전 문제는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등에서 수차례 검토한 결과 불가한 것으로 결정됐지만 고위직이 새롭게 전입되면 재현되는 실정”이라면서 “국가 역사가 될 기록물이 점차 디지털 형태로 축적되는 가운데 안전한 보존과 관리에 대한 사회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능우 국가기록원 디지털기록혁신과장은 “이번 사업은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것”이라면서 “전자정부 심의위원회 권고에 따른 결정이다. 예산, 보안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 과장은 “일부 우려를 반영해 대전, 광주, 부산에 삼중 체계를 마련했다”면서 “필요 시 언제든 공개 토론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