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라지는 산업경계, 긴밀한 준비 필요하다.

네이버가 4족 보행 로봇 '미니치타'를 글로벌 연구진에 배포한다고 한다. 이는 곧 세계 로봇 연구 생태계에 우리 기업과 기술이 크게 기여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상 '네이버' 하면 동명의 포털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기업은 인공지능부터 자율주행, 로봇 등 첨단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최근에는 '클로바 램프'처럼 미래기술을 집약한 제품을 시판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이 같은 행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산업과 기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포털이 자율주행을 연구하고, 자동차 기업이 인공지능 인력 채용에 열을 올린다. 통신사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시대다. 최근 SK텔레콤이 사명에서 '텔레콤'을 떼겠다고 했다. KT가 “우리는 통신사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라고 강조한 것도 다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산업국경도 사라지고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세계가 공통으로 쓰는 플랫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정도가 이들 기업의 점유율에 대항하는 셈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인터넷, 서비스, 제조를 망라해 자국 기업 점유율이 높은 곳은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기업 진보와 비교한 정부와 정치권 노력은 어느 정도일까. 정치권은 인공지능이 편집하는 뉴스를 놓고 편향성 공방을 벌였다. 공공와이파이 문제를 놓고서는 주도권을 누가 쥘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1년간을 대립했다. 플랫폼 기업 난립으로 소외당하는 노동자 문제도 진전이 없다.

기업생태계가 변하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도 달라져야 한다. 그야말로 '혁신'이 필요한 때다. 기업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정책을 만들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대흐름에 맞게 우리나라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계가 사라진 시장에서 우리산업과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