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뉴노멀 시대의 TBT 대응방향

[전문가 기고] 뉴노멀 시대의 TBT 대응방향

최근 수년간 진행된 미-중 무역 전쟁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른 기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의 화웨이다. 미국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매우 강도 높은 제재를 가했고, 일본·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까지 여기에 동참했다. 이 여파로 스마트폰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던 화웨이는 2위 자리로 내려갔다. 이 사건은 무역 규제 양상이나 그 파급 효과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 주는 단편 사례다.

최근 무역 분쟁은 이면의 의도와 별개로 기술을 근거로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술에서 비롯된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기술 해결 방안 마련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기술무역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주도로 국내 민·관 협력 체계인 무역기술장벽(TBT) 대응 컨소시엄을 발족했다. 글로벌 TBT 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인증시장 개방, 인증·시험성적서 상호 인정, 기술 규제 해소 등 여러 방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뉴노멀 시대에 펼쳐질 TBT 문제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

먼저 가속화되는 기술 발전과 산업 다변화로 세계 산업 환경이 급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는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과학기술에 노출되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등장으로 이어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표준 선점 경쟁이나 기술 규정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무역 규제를 도입하는 나라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TBT가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신흥국도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사전 통보 없이 규제 내용을 자국 사이트에, 그것도 자국어로만 공개함으로써 이 국가와 교역하는 기업 담당자를 매우 곤혹스럽게 만든다. 주요 수출 국가에만 신경을 쓰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모든 교역 대상국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19발 경제 불황 해결을 위한 자국 산업 보호 강화 움직임도 있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1~2년 안에 백신과 치료제로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막대한 경제 타격을 받은 국가는 자국 산업 보호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신기술과 신산업 출현, 신흥국 규제 도입 증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TBT는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그 양상 또한 과거와 확연히 다르게 전개돼 예측 및 대응은 더욱 어려워진다. 과거와 다른 질서가 보편화하는 뉴노멀 시대에 TBT 대응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한층 더 강력한 '연결'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관 전문가와 모든 이해당사자 간 양방향 정보 네트워크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각국 이해당사자에게 필요한 TBT 관련 정보가 자동으로 실시간 공유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각국의 규제 준비와 발효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이 고도화·시스템화돼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하면 관련 사이트를 항상 자동으로 탐색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놓칠 일도 없어진다. 직접 찾고 물어 가며 정보를 입수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자동으로 수집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즉시 전달하는 능동형 시스템을 구축, TBT 대응 속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장한기 두산인프라코어 자문 hankee.jang@doo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