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용의 디지털 창(昌)]<1>감염병과의 전쟁, AI가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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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용의 디지털 창(昌)]&lt;1&gt;감염병과의 전쟁, AI가 무기

올해 초 월드뱅크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3%로 추정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의 성장률 -9.8% 이후 최저 기록이라고 한다. 다행히 올해 세계 경제는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되거나 백신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면 1.6%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여러 차례 봉쇄령을 내린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7.4%를 기록한 것을 보면 감염병 관리 성공 여부가 경제를 좌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와 같은 신규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상황의 반복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예측 및 관리 체계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의 가능성을 인공지능(AI)이 보여 주고 있다. 캐나다 AI 스타트업 블루닷이 세계보건기구(WHO)보다 일주일 먼저 팬데믹을 예측한 사례가 지난해 주목받았다. WHO가 감염병이 발생한 정부의 공식발표와 현지 모니터링을 토대로 감염병 유행을 예측하는 반면에 블루닷은 팬데믹 발생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로 65개국의 언론보도, 세계 항공 발권 데이터, 동식물 질병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예측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도 AI는 종래의 전통 패러다임을 혁신하고 있다.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전임상시험-임상시험=시판' 단계를 거치며, 전체 과정에 평균 15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의 경우 수십명의 연구원이 1∼5년 동안 진행해야 하는 화학물질 분석을 AI는 하루 만에 완료할 수 있다. 또 임상시험 설계, 약물 개발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불과 10개월 만에 개발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AI를 활용한 결과다.

AI를 활용한 감염병 대응 체계는 국민 생존권 보장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 요소가 됐다. 감염병 대응체계를 선제 구축하기 위해서는 추진돼야 할 두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의 진료 데이터, 지방자치단체의 역학 조사 데이터, 병실 상황과 같은 의료자원 데이터를 통합해서 수집·관리하고 이를 AI 헬스케어 기업이 학습데이터로 가공해서 감염병 관리에 효과 높은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 92%,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등 감염병 데이터 수집·활용을 위한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데이터 3법과 디지털 뉴딜을 통해 공공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의료데이터를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감염병 예측·관리 분야의 AI 전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감염병과 관련된 의료영상 자동판독, 데이터 기반 예후·예측 등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다. 그러나 이 분야는 기업 자체로 데이터 수집·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AI 융합 신규 감염병 대응 시스템' 사업과 같이 의료기관과 AI 솔루션 기업이 협업하는 정부 지원 사업을 지속 확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전문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

한국기후변화학회 전문가들은 신규 감염병 발생 주기가 3년 이내로 단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팬데믹이 일상화될 수 있고 정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제 활동도 자주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병을 신속하게 예측하고 관리·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면 국민 건강을 지킬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도 함께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감염병 예측·관리에 필요한 의료데이터를 수집하고 산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와 AI 헬스케어 기업이 솔루션을 활용해서 실증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AI 기반 감염병 예측·관리 솔루션은 신규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가장 효과 높은 무기가 될 것이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cykim@nipa.kr

저자소개: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어공학박사 학위 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입사해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재직 당시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기술상, 삼성 펠로, 대한민국기술대전 대통령 표창 등을 수상하며 기술인으로서 입지전 면모를 남겼다. 2018년 NIPA 원장으로 취임한 후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신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반에 걸친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