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9>치매 치료,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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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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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지난 2017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치매국가책임제'를 보건의료정책 1호로 채택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국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급속한 고령화로 말미암아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국가로서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당연한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치매국가책임제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치매환자 대상의 재정 지원을 통한 공공요양복지체계 강화, 치매환자 가족의 재정 부담 경감 등을 목적으로 한 복지정책에 치중돼 있어 치매 극복을 위한 근본 대응책은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적지 않다.

치매는 질병 명칭이 아니라 후천성 인지기능 장애로 말미암아 스스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증후군을 뜻하는 용어이다. 고령화로 인해 급증하는 노인성 치매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 질병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면서 20년 이상 조금씩 진행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알츠하이머 환자가 치매 증세를 보일 정도의 뇌손상이 진행되면 사실상 치료는 불가하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 임상시험은 모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현재 치매 극복을 위해서는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이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나 증상이 없는 무증상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발견해 선제 대응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하고 억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뇌 속에 쌓인 베타아밀로이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이 보급되면서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검사비용이 고가이며 대규모 검사가 어려워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등을 통해 60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 대중 대상의 알츠하이머병 조기검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저렴하고 범용성이 높은 바이오마커 진단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치매 발병을 예측할 수 있는 범용성 높은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기술 개발은 세계 각국의 뇌과학자들에 의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치매 전 단계에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각종 생체의료정보를 면밀히 해독해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다행히 국내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집단에 대한 각종 의료진단정보와 검체시료 빅데이터가 확보돼 있어 머지않아 범용성 높은 치매예측기술이 우리 손에 의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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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근본 치료제 개발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국내외로 수십조원이 넘는 천문학 규모의 예산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투자되고 수많은 뇌과학자와 다국적 제약사가 연구개발(R&D)에 매진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아두카누맙, 간테네루맙 등 몇몇 항체치료제(베타아밀로이드 항체) 약효가 일부 입증됨으로써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이들 치료제는 임상 적용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 빠르면 올해 안에 치료제 판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의 치료제 임상시험은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치료 약물이 아니라 치료 시점에 있은 것이었다.

더욱이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치료제뿐만 아니라 타우단백질 대상의 항체치료제도 임상시험을 하고 있으며, 신경염증을 억제하거나 항산화 치료제 등 작용점이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치매예측기술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 약물을 적용한다면 치매 극복이 이뤄질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기대감을 품게 한다.

이건호 조선대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장 leekho@chosu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