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의 디지털경제]기업과 디지털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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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서 상장 첫날 시가 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상장 기업과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 기업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창업 이후 계속 영업 적자인 기업의 가치가 어떻게 이렇게 높게 평가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쿠팡이 사회, 경제의 디지털 전환에 부합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테슬라 같은 나스닥의 대표기업들이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던 시절에도 높은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사업 모델이 사회,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패러다임 변화와 부합했기 때문이다.

기업 환경에서 디지털 전환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 과정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업이 시장에서 가지는 역할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화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기존의 일하는 방식의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회계 업무나 자산 관리 업무를 ERP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디지털화의 구체적인 사례다. 디지털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같은 정보통신 기업들이 비약적 성장을 하였지만 정보통신산업 부문을 제외한 다른 산업 부문에 대한 정보통신기업의 역할은 기술 제공자라는 역할에 제한되어 있었고, 다른 산업 분야에 정보통신기업이 직접 진출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디지털화 과정에서 가장 큰 정보기술의 이용자였던 금융산업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에 의해서 운영되었고,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정보통신기기를 장착하며 성능을 향상시켜 나갔지만 기존의 자동차 기업이 계속 장악하고 있었다.

반면에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이 산업 전반의 일하는 방식과 사업 모델에 영향을 미쳐서 새로운 가치 창출 체계가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모든 산업의 기반기술로 발전하면서 산업 간의 경계는 약해지고 정보통신 분야에서 성장한 디지털 기업이 다른 산업 분야에서 기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시장을 잠식하고 종국적으로는 새로운 시장 지배자로 올라서는 일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 세계 광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 미디어시장의 절대 강자 넷플릭스, 운송의 우버와 디디추싱, 숙박시장의 에어비앤비, 자동차 시장의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은 이미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 기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기존 기업들은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통적인 사업 모델을 버리고 디지털 전환이 초래한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합한 사업 모델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기존 사업 모델을 플랫폼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롤스로이스가 엔진을 판매하던 기존 사업 방식에 엔진 구매 없이 이용에 대한 서비스 요금을 받는 구독 모델(Subscription Model)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목해야 될 사실은 코닥이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손상될 것을 우려해서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을 늦추다 2012년 파산신청을 한 것처럼 기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의 개발과 활용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우편 DVD 렌털서비스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바꾼 것 같이 현재의 수익 모델 포기를 포함한 과감하고 본질적인 사업 전략의 변화가 있어야 기존 기업이 태생적 디지털기업인 빅테크나 디지털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기업이 아닌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