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변리사가 바라본 기술특례상장제도의 준비 방향

유철현 특허법인 BLT 대표 변리사
유철현 특허법인 BLT 대표 변리사

2021년 1월 1일부터 코스닥 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제도가 개선됐다. 기술성과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상장 외형 요건을 모두 갖추지 않더라도 예외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 요건으로 전문평가기관 두 곳에서 A와 BBB 등급 이상 평가를 받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기업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상장 기업 대비 기술특례상장기업 비중이 20%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 기업이 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해 기업공개(IPO)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기업이 오랜 기간 연구개발로 쌓아 올린 기술과 그 기술의 시장성을 제한된 예산과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거래소는 거래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술평가제도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여 왔다. 이번에 개선된 기술평가제도도 기술이나 시장을 바라보는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일부 모호한 평가 기준을 구체화하기 위한 맥락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평가 항목 중에서 기술성 하위에 있던 '기술제품의 상용화 경쟁력'을 시장성 하위로 재편하면서 '기술제품의 상용화 수준'이라고 명칭을 변경한 점이다. 기존에는 기술성 관점에서 판단하던 항목을 시장성 관점으로 판단하겠다는 점에 비춰 보면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사업화 경쟁력, 즉 실제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인지 판단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해당 세부 평가 항목에 '경쟁제품 대비 사업화 경쟁력'이 추가됐다. 벤처캐피털 투자 자금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비상장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사업화 경쟁력을 증명한 기술 기반 기업이 투자를 받고 생존할 가능성이 짙다. 이를 보더라도 시장성과 사업화 경쟁력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거래소의 기술평가제도 개선 방향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성 부문에서는 기술 완성도 항목을 '기술 진행 정도'와 '기술의 신뢰성'으로 분리했다. 일부 바이오 업체에서 제기되는 미완성 기술의 완성도를 더 전문적으로 판단하려는 움직임과 일치한다. 이에 더해 기술의 경쟁우위도를 평가하는 주요 평가 사항으로 '주력 기술의 차별성' 외 '주력 기술 혁신성'이 추가됐다.

그 외에도 기술 인력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기술인력 수 및 팀워크' 등과 같은 다소 생소한 항목도 신설됐다. 이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IPO를 추진하는 기업의 핵심 자산인 '기술의 실체'에 더 가까이 그리고 입체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의 무형자산인 기술의 차별성과 혁신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렵다.

동일한 기술을 대상으로 2개의 평가기관이 서로 다른 결과를 제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기업이 평가의 신뢰도를 문제 삼는 일도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일정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기술평가등급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안정화된 외부의 기술평가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기술평가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기술 자산화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특허제도'의 높은 신뢰도와 시장 독점력을 기업의 기술성과 시장성 평가지표로 반영해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경쟁사와 차별화한 기술을 경쟁사보다 먼저 선점해서 권리를 확보했다는 객관적 사실만큼 기술의 차별성과 혁신성을 드러내는 수단은 없다.

더욱이 등록된 특허자산은 출원일 후 최장 20년까지 특정 기술을 합법적으로 독점하는 권리를 받게 된다. 이는 기술성을 드러내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기술 독점을 통한 시장성을 보증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평가지침에서도 '지식재산보유현황'이던 항목이 '기술관련 지식재산 관리' 항목으로 변경됐다. 이는 지식재산 활동의 '결과'를 의미하는 보유 현황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기술과 관련된 지식재산 활동 '과정'까지 더 넓은 범위의 기업 활동을 포괄하는 것이다. 바뀐 평가 기조에 따를 때 앞으로 기술 평가에서 지식재산 활동에 대한 비중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유철현 특허법인 BLT 대표 변리사 ryu@BL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