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임시차단 조치' 입법 추진에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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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기업협회·오픈넷, 반대 의견서 제출
"사업자 의무화 부담…벌칙조항 개정을"

조승래 의원이 대표발의 한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대책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DB 구축,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조치사항과 관련 자료를 방심위로 제출,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 여부 판단이 어려울 경우 임시 차단조치 후 방심위에 심의 요청 등이 핵심이다.
<조승래 의원이 대표발의 한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대책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DB 구축,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조치사항과 관련 자료를 방심위로 제출,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 여부 판단이 어려울 경우 임시 차단조치 후 방심위에 심의 요청 등이 핵심이다.>

인터넷 업계가 최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대책법'과 관련해 반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을 임시 차단 조치하는 게 법안의 핵심인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오픈넷은 국회에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대책법(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반대 의견서를 냈다.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대책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조치 사항과 관련 자료를 방심위로 제출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여부 판단이 어려운 경우 임시 차단 조치 후 방심위에 심의 요청 등이 핵심이다.

지난해 말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은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가운데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는 것을 '신고, 삭제요청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요청 등'을 통해 인식한 경우 지체없이 해당 정보 삭제, 접속 차단 등 유통 방지 조치를 하도록 했다. 불법성 판단이 어렵다면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디지털 성범죄물을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개정안 발의의 취지다. 임시 차단 조치로 신속하게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 의원은 “피해 영상물의 빠른 차단과 재유통 방지가 피해자 보호 및 구제를 위한 핵심”이라고 밝혔다.

법이 통과되면 부가통신사업자는 불법성 판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방심위 심의를 요청하기 전에도 임시 차단 조치를 해야 한다. 개정안의 정확한 문구는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지만 현행법에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벌칙(제95조의2)이 있어 사실상 의무조항으로 받아들여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 업계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명백한 불법 촬영물인 경우를 제외하면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성 판단이 어려울 때마다 임시 차단 조치를 하면 정상적 게시물도 일정 기간 차단될 수밖에 없다.

인기협 관계자는 “사업자는 불법 촬영물 여부를 자체 판단하기 어렵다. 법적 제재 우려 때문에 대부분 임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용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픈넷 역시 반대 의견서에서 “신고, 삭제요청에도 불법 촬영물 판단이 불분명한 표현물은 합법 정보일 가능성이 짙다”면서 “이러한 정보도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임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어 과도한 규제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넷은 이러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정보게시자에게 이의제기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업계는 사업자에 삭제나 임시 조치를 할 선택권을 주는 것은 오히려 신속한 유통방지라는 입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사업자 부담을 가중한다고 설명했다. 또 삭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벌칙 조항도 함께 개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임시차단 조치는 지난해 7월 27일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제22조의5 제5항, 제6항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에도 표현의 자유 침해와 사업자 부담 가중 우려로 인터넷 업계가 이의를 제기, 입법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