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여있던 '애플카' 관련 소식이 다시 한번 등장했다.
애플이 최근 BMW에서 전기차를 담당해 온 전 수석 부사장 울리히 크란츠를 영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크란츠는 BMW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전기차 사업부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순수 전기차 'i3'와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이 그 결과물. 2016년에는 BMW를 떠나 미국 자율주행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Canoo)'를 공동 설립하고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왔다.
카누는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된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구동 모터와 배터리팩 등을 모두 평평한 모듈에 담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전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카' 프로젝트를 위해 작년 초 카누와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에서 인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옵션이 거론됐으나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업계는 카누의 독자적인 전기차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던 애플이 이번 고용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미국 CNBC는 "애플이 테슬라 같은 완성차 제조업체와 경쟁할 전기차 제조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크란츠는 앞으로 더그 필드가 총괄로 있는 애플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3' 개발을 주도했던 필드는 지난 2018년 애플로 왔으며 현재 애플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애플은 또한 스튜어트 바워스 전 테슬라 부사장, 조나단 시브 전 테슬라 차량 엔지니어 등 테슬라 출신 임원과 엔지니어도 고용한 바 있다.
애플이 계속해서 테슬라의 인재를 고용하는 상황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우리가 해고한 사람들을 고용한다"며 "우리는 농담으로 애플을 '테슬라의 묘지(Tesla graveyard)'라고 부른다. 테슬라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애플에서 일하게 된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말엔 해러 전 포르쉐 부사장을 데려왔다. 해러는 포르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차체 개발' 전문가다. 이전 폭스바겐 그룹에서는 13년 이상 근무하며 '그룹 최고 엔지니어'로 꼽혔다.
애플은 그간 무성한 소문에도 '애플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확인해 준 적이 없다. 다만 반복해서 업계 인재를 영입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엔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한 사실도 밝혀졌다. 최근에는 애플이 애플카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을 위해 중국 CATL·BYD와 초기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