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레드 헤링, 인앱결제, 그리고 MZ세대의 분노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콘텐츠칼럼]레드 헤링, 인앱결제, 그리고 MZ세대의 분노

'레드 헤링(Red herring)'이라는 말이 있다. 뜻을 살려 옮겨 보면 '붉은 훈제 청어' 정도가 적당할듯 하다. 논쟁적인 사안에 본질을 흐리기 위해 던지는 거짓 신호를 빗댄 표현이다. 이른바 '논점 흐리기'다. 오래 전 영국에서 사냥개의 후각을 단련시킬 때 소금에 절인 검붉은 청어의 강한 냄새를 맡도록 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본질 흐리기' 수사는 정치 영역에서 익숙한 소재이긴 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도중에 받은 숱한 비판을 떠올려 보면 그렇다. 그가 화려한 비즈니스 기술을 담은 자서전 '거래의 기술'을 출간한 적이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을 두고 괜한 공포를 조장하는 '레드 헤링'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본질을 찾기 어려운 혼돈의 시대다.

정보기술(IT)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한 웹 소설 작가의 발언을 들어보면 그렇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최근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가한 사도연 작가는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강행하면서) 일부 수수료를 인하한 것은 본질 흐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디지털 콘텐츠 산업과 수많은 창작자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글이 말하는 인앱결제는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의 자체 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구글플레이를 통해서만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내 수많은 콘텐츠 종사자들이 만드는 웹툰·웹소설이 구글 인앱결제 생태계 안에 가둬지는 것이다. 앱 개발사는 매번 결제액의 15~30%를 구글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구글은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앱에 인앱결제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콘텐츠 사업자의 거센 반발과 우려로 올해 10월부터 적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게다가 구글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인앱결제 강제 정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 매출 11억원(100만달러)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른바 MZ(Millennial+Z세대)가 대부분인 젊은 웹툰·웹소설 작가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사 작가는 "구글과 애플이 중소기업 대상으로 인앱결제 수수료를 낮춘다고 했지만 창작자 대부분은 대형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체감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콘텐츠 종사자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라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상의 수수료 인하라는 '절충안'을 통해 인앱결제 강제가 슬그머니 현실화할 경우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도 버거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작가 개인이 대항하기는 어렵다.

작가들의 '무력감'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말 그대로 대학을 마치고 사회 진출을 시작한 MZ세대의 일자리에 거대한 균열을 던질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도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보고서를 보면 출판, 만화,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 창작자 가운데 35세 미만이 약 60%를 차지한다. 매출 규모만 약 25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10%씩 성장하고 있으며 10명 가운데 6명이 2030세대인 산업이 수렁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로 볼 때도 큰 손실이다.

이러한 청년세대의 절박한 목소리가 청어 냄새에 묻힌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한국 창작스토리작가협회는 지난 3일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 의무화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방지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시간은 다시 지나가고 있다. 창작자 대부분이 35세 이하인 젊은 청년들은 자신의 꿈을 향한 노력이 공정한 대가로 보상받는 생태계를 바랄 뿐이라는 사 작가의 말이 아프게 들리는 이유다.

강민구 한국인터넷정보학회 명예회장(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 kangmg@h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