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단계 거리두기, 두려움보다는 과학으로

삼성역 임시선별진료소 <전자신문DB>
삼성역 임시선별진료소 <전자신문DB>

12일부터 수도권이 사실상 '셧다운'에 준하는 4단계 거리두기에 돌입한다.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집회와 행사도 열리지 못한다. 백신 접종자에게 적용하던 방역 완화조치도 유보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사적모임 자제'를 요청했다. 가정, 직장 외에는 가능하면 모이지 말라는 뜻이다.

자연스레 여기저기서 불평과 불안감이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4인 모임 약속을 6인으로 늘리려는 사람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국면 전환이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가면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집단면역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섣부른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 분야에서는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사업장 폐쇄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소비심리 위축과 맞물려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걱정도 크다. 한시름 놓는 듯했던 유통, 항공, 여행업계도 고민이 많다.

현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주저앉을 일은 아니다. 4단계 거리두기는 분명 우리가 앞서 경험하지 않은 초유의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세 차례 대유행 국면에서 크고 작은 경험을 쌓은 것 또한 사실이다. 역학조사 시스템도 발전했고 백신 확보와 접종도 순차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경제 측면에서도 비관론만 내세울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많은 우려 속에도 국내 주요 기업은 좋은 실적을 거뒀다. 올해 들어서도 호성적이 지속됐다.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등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 확대했기 때문이다. 기존 제조사업장도 방역을 체계화하면서 우려한 것보다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대응 역량이 빛을 발한 덕이다.

4단계 거리두기라는 상황이 오지 않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으나 이미 접어든 일이다. 과도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마냥 위기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과학에 기반을 둔 정책과 업계의 대응 노력을 바탕으로 사태를 조기 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