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30>'예술인 고용보험' 어디까지 왔나?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반 임금근로자는 상시적으로 고용돼 업무 시간·장소·방식의 정규성을 띠는 것과 달리 예술인은 대개 작품 창작이라는 특정 프로젝트에 기반해 한시적으로 노무를 제공한다. 상당수의 수입이 불규칙하고, 그나마도 예술 활동으로 소득이 있는 기간 이외에는 사실상 잦은 실업 상태를 겪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는 업무 숙련도나 대중적 인지도에 따라 노무 대가의 격차가 매우 심해서 일부 저명한 인기 예술가를 제외하고는 재능 있는 예술인이 예술 활동을 중단하거나 다른 분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하는 예술인의 특성을 반영한 고용보험 도입을 통해 생활 안정 및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 기반을 구축할 필요성에 대한 오랜 논의 끝에 근로자가 아니면서 '예술인 복지법' 제4조의 4에 따른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서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은 채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예술인에 대해 고용보험을 적용할 것을 규정한 '고용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2월 10일 시행됐다. 또 제도 시행 이후 보험 요율은 1.6%에서 1.4%로 인하됐다. 지난달 23일에는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최저 연령을 15세로 정하고 본인이 원할 경우 임의 가입을 허용하며, '출입국관리법' 상 체류 자격의 활동 범위 등 적법성과 체류 기간 등 구직급여 수급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 고용보험을 적용받는 외국인 예술가 범위를 한정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한 '고용보험법' 등 관련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는 등 제도 운영과 관련된 변화가 예상된다.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예술인, 특히 신진 예술인이나 경력단절 예술인도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을 하고 소정 기간 보험료를 내면 실업급여와 출산전후 휴가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예술인의 경우 여러 사업장에서 동시에 근로자 또는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에 따라 종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해 중복 가입을 허용하고, 기준 보수를 적용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 특성을 감안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또 문화·예술 분야는 종사 형태와 계약 형태가 다양하고, 다단계 계약이 많은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대상인 문화·예술 용역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제도 시행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 용역 계약 체결과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기 위한 '문화예술용역 가이드라인'을 제작해서 배포한 바 있다.

올해 5월 10일 기준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3만2000명인 가운데 예술인 고용보험은 성공적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개선할 점이 여전히 여럿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제도가 생소한 관계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관계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 문화·예술 분야 계약 관행에 대한 제도적 개선 역시 필요하다. 계약서 상 계약 기간과 기획이나 연습 기간이 포함된 실제 노무 제공 기간에 차이가 있고 예술인에게 지급되는 계약금액에 노무 제공에 대한 인건비뿐만 아니라 제작비, 저작재산권 양도나 저작물 이용 대가가 포함돼 지급되는 경우나 계약 당사자인 개인을 돕는 조수나 보조·팀원들 인건비까지 포함해 일률적으로 계약금액을 산정하는 경우(팀 단위 계약)가 많은 관행을 감안해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또 팀 단위의 공동창작이나 협업을 통한 용역 수행, 도제 방식 업무 수행, 생계를 위한 겸업 수행 관행 등과 같은 특수성을 고려해 예술인 고용보험과 관련된 주요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박경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artlaw@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