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 사실상 무산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美 CFIUS, 중국계 사모펀드 심사서
"국가 안보위험 확인" 반대의사 밝혀
OLED 구동칩 기술 유출 우려 표한 듯
영국계 사모펀드와 협상 급물살 전망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에 다시 제동을 걸었다. 매그나칩의 중국계 사모펀드 매각을 심사해 온 규제 당국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매그나칩 매각 반대를 분명히 한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술 확보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그나칩,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 사실상 무산

매그나칩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외국인투자심위원회(CFIUS)로부터 “매그나칩 매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국의 국가 안보 위험(리스크)을 확인했다”는 서한을 받았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CFIUS는 이러한 위험 요소를 상쇄할 대안이 없다고도 전했다. 미국 국가 안보 리스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WRC)의 매그나칩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로써 매그나칩의 WRC 매각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남았지만 CFIUS가 국가 안보 리스크를 언급한 만큼 반대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CFIUS는 올해 3월 WRC와 매그나칩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지속해서 제동을 걸었다. 5월 CFIUS는 매그나칩 매각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으며, 1개월 뒤 미국 재무부는 합병 관련 절차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CFIUS 조사는 9월 13일 이전에 완료될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 시점보다 2주 빨리 결과를 통보했다.

CIFUS 조사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중국의 행보를 견제하는 미국의 움직임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매그나칩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 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중국 반도체 굴기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란 우려가 이번 CIFUS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OLED는 액정표시장치(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 성장하고 있는 제품이고, 매그나칩은 OLED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OLED DDI는 삼성전자(시스템LSI), 매그나칩, LX세미콘 등 국내 3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의 제동으로 중국과의 반도체 갈등이 고조될지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 7월 매그나칩 매각을 승인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부터 화웨이 반도체를 제재하고, 7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제조 필수 장비인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수출을 제재하는 등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당국이 승인한 매그나칩 매각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될지 주목된다.

한편 매그나칩은 중국계 사모펀드의 매각 시도에 발목이 잡힌 만큼 이제 또 다른 인수 제안자이자 영국계 사모펀드로 알려진 코누코피아와 협상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매그나칩은 CIFUS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 6월 코누코피아로부터 매그나칩 인수를 제안받은 바 있다. 코누코피아는 WRC가 제시한 인수금액 14억달러보다 많은 16억6000만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CIFUS 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코누코피아와의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매그나칩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매그나칩 심사 결과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6월 국가핵심 기술에 OLED 구동칩 기술을 추가 지정하고 매그나칩 매각 관련 심사를 하고 있다. 이번 CIFUS 결정에 따라 산업부의 심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매그나칩 매각은 관련 국가의 승인을 모두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매각을 승인하지 않으면 결국 무산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