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중소기업계 고민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대비 대응 여력이 부족한 고탄소 제조 기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온다. 정부가 세운 감축 목표가 중소기업 현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금속, 자동차 및 트레일러, 섬유제품 제조업 등 고탄소 배출 업종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에 따라 탄소 배출량 35%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정부 목표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과 저탄소 배출을 위한 제조공정 전환 등 각종 비용 부담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준비 수준은 극히 미흡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 2월 319개 중소벤처기업으로 실시한 동향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0%가 탄소중립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준비를 마쳤거나 준비 중인 기업은 15%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은 탄소중립에 대응할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 플라스틱 제조업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당장 우리 공장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탄소 배출 수준 진단을 받으라고 하는데 어떤 불이익이 있을 줄 알고 신청을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중소기업인의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국은행에서는 지난 3월 국내 고탄소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 등 금융위험 노출(익스포져)을 추정하며,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금융공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다. 자연스레 탄소중립에 대응이 더딘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은 점차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작 정부 차원의 지원은 극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은 단계다. 중소기업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 역시 아직 국회에 머물러 있다. 전통 중소기업을 위한 종합대책은 올해 말에나 구체화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진공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올해 초 탄소중립 경영혁신 바우처 사업 등 신규 사업을 개시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고탄소배출 업종에 탄소중립 컨설팅과 스마트공장 도입을 집중 지원한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방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제계가 우려하는 지점 역시 정부의 감축 목표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제조업 비중이 여타 선진국 대비 월등히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게 경영계의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5개 경제단체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구체적인 수치가 갑자기 명문화되면서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은 우리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에 큰 부담”이라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탄소중립을 중소기업 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격상시키고 중소기업 저탄소화 지원을 위한 대·중소기업 협력을 활성화하는 등 중소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