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시사용어]수리할 권리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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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자신의 제품을 스스로 수리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개조할 수 있는 권리다. 일견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가 제한된 경우가 많아 미국과 유럽 등에서 권리 보장을 법제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수리할 권리' 제한으로 소비자 불만이 많이 제기되는 대표 사례다. 애플은 이용자가 공인 서비스센터가 아니라 사설 수리업체를 이용한 이력이 있거나 직접 분해해서 수리한 경우 보증 대상에서 제외한다. 공인 서비스센터에서는 단순 부품 교체로 수리 가능한 경미한 고장도 리퍼(제품 교환)로 처리하거나 제한적으로 수리 서비스를 제공, 적지 않은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2018년 17개 주에서 '수리할 권리' 법제화 논의가 시작됐다. 모든 소비자가 제품 수리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제조업체는 수리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2019년에는 관련 청문회가 열렸으며, 올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자기기 제조업체의 수리 제한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해 소비자가 전자기기 부품을 사설업체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수리할 권리' 보장을 위해 EU는 제조사가 수리 부품을 최소 10년 동안 보유하고, 같은 기간 수리 매뉴얼도 제공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이용자의 휴대폰 수리 권리를 보장하는 '소비자 수리권 보장법'을 대표 발의했다.

세계 각국에서 '수리할 권리' 법제화가 추진되면서 폐쇄적 사후지원(AS) 정책을 고수하던 애플도 결국 한발 물러섰다. 애플은 내년부터 사용자가 스스로 아이폰 등 고장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셀프서비스 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