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인공 생명체의 반란...맞춤형 질병치료 새 길 열릴까

알파벳 C 형태 부모 제노봇과 복제되고 있는 둥근 형태 세포 모습. Douglas Blackiston and Sam Kriegman
<알파벳 C 형태 부모 제노봇과 복제되고 있는 둥근 형태 세포 모습. Douglas Blackiston and Sam Kriegman>

생명체는 '번식'이라는 고유 특성을 갖는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 동물의 생식과정인 유성생식부터 식물 발아, 세포 내 핵분열 등이 다양한 생명체 번식 방법이다.

그렇다면 인공으로 만들어 낸 생명체, 즉 생체 로봇도 이와 유사한 번식 활동이 가능할까.

이른바 '살아 있는 로봇'으로 지난해 주목받은 세포로봇 '제노봇'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생물학적 재생산 방식을 통한 자가복제에 최근 성공하면서 인공 생명체 번식 가능성이라는 반란이 시작됐다.

제노봇은 '제노푸스 라에비스'라는 아프리카 개구리 줄기세포 조직만으로 이뤄진 작은 생체 로봇이다.

미국 버몬트대와 터프츠대 연구진이 만들어 낸 제노봇은 폭 1㎜ 미만 크기로 스스로 표피와 심장을 형성해 움직이면서 약 10일 정도 활동한다. 슈퍼컴퓨터에 구현된 진화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디자인한 인공 생명체다.

연구진은 지난해 초 제노봇 1.0을 공개한 이후 세포 표면에 섬모를 추가하고 빠른 이동 속도와 주변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꾸는 능력을 갖춘 제노봇 2.0을 선보였다. 제노봇 2.0은 외부 자극에 의한 손상 시 원래 모습으로 복귀하는 자가 치유 능력도 갖췄다.

이러한 제노봇이 최근 자가번식을 하는 모습까지 관찰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제노봇이 주변 단세포를 흡수해 자가 복제했다는 연구 결과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제노봇 3.0은 배양접시를 돌아다니며 흩어진 줄기세포 수백 개를 흡수해 닷새 만에 새로운 제노봇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이를 외부 환경에서 재료를 조립해 후손을 생성하는 비성장 기반 자기복제 방식인 '운동 복제(Kinematic replication)'로 정의하고 있다.

자가복제가 가능한 제노봇은 인간 질병 치료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인공 프로그래밍을 통해 작동 범위나 운동 목표를 설정하는 로봇과 같은 성질을 가졌다는 점에서 기존 제노봇은 약품을 실어 특정 신체 부위에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을 갖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제노봇 자가복제 방식까지 더하면 생체기관을 만들고 재생하는 재생의학을 통한 선천적 기형, 암, 노화 등 환자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질병치료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본격적인 제노봇 기반 연구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노봇은 지난해 첫 공개 이후 이를 기계로 볼 것인지,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볼 것인지 여전히 논쟁 대상이다.

특히 살아있는 세포를 사용하는 점, 이를 기반으로 인지능력과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를 갖춘 전혀 다른 인공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 등 윤리·사회적 논란도 실용적인 응용 분야로 나아가기 전에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