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멸공' 발언에 신세계 주가 급락…오너리스크 우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멸공' 발언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면서 신세계 주가가 급락했다. 중국 사업 악영향에 대한 우려는 물론 불매운동까지 언급되는 등 오너 리스크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10일 신세계 주가는 전장보다 6.8% 하락한 23만3000원에 마감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신세계 시가총액도 1500억원가량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도 13만3000원으로 5.3% 급감했다. 두 회사는 정용진 부회장이 아닌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백화점부문 계열이지만 중화권을 대상으로 면세, 화장품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직격탄을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정 부회장이 SNS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오너 리스크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과 함께 '멸공'이라는 단어를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은 삭제했지만 이후에도 멸공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홍콩의 유력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이 이를 보도하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란 불매운동 포스터까지 공유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사드 보복에 따른 실적 부진 등으로 2017년 중국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몽골과 베트남 등 해외에서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2018년에는 미국 진출 계획을 발표하며 “규제 없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미국 현지 법인인 PK리테일홀딩스 설립하고 올해 로스앤젤레스(LA)에 PK마켓을 오픈할 예정이다. 신흥개발국보다는 시장 원리가 중시되는 선진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의 신세계디에프와 인터내셔날뿐 아니라 이마트 자회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 등이 여전히 중화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그룹 오너인 정 부회장의 발언이 다소 경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 부회장은 시진핑 주석 게시물을 삭제하고 김정은 북한 위원장 사진을 게시하며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후 멸공과 중국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중국식 잡채를 만들어 먹는 등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금일 주가 하락은 K뷰티 등 중국 시장 불투명에 따라 관련 업계 전반에 걸쳐 약세를 보인 것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