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술 스타트업의 ESG경영

김용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부대표
<김용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부대표>

“왜 창업하십니까?”

스타트업 대표를 처음 만날 때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다. 답변은 다양하다. 개발한 기술이 상품화되는 것을 보고 싶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서, 큰돈을 벌기 위해서 등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창업자도 많다. 특히 기술 창업자는 기술을 사업화하고 수익을 낼 방법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했어도 '왜 창업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 고민에 빠지는 모습을 여럿 보았다. 아마도 이 사업화가 갖는 의미,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이 재무적 성과에만 관심을 보이던 전통 경영 방식을 넘어선 고민을 해야한다는 흐름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특히 이런 흐름은 팬데믹과 함께 부상한 ESG 경영, 환경과 사회·거버넌스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부각됐다.

과거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경영 이외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사회적 공헌' 측면에서만 다뤄 왔다. 반면 ESG 경영은 직접적으로 기업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재무적 요소로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기업이 경영에 환경과 사회·거버넌스를 고려할 때 리스크가 적고, 수익 면에서도 건강한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연기금과 기관 투자가가 ESG에 관심을 두고 ESG를 고려해서 운영하는 기업에 자본이 모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도 ESG 경영을 고려해야 할까. 물론 스타트업의 경우 인력이 적고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탓에 ESG까지 고려할 여건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ESG를 고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미 성장한 이후보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부터 이를 고려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술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단계부터 자사 기술이 사업화되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좋다. 기업 핵심 가치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는 경우가 잦다. 시장 상황 때문일 수도 있고 창업 구상 단계에서 생각한 것과는 소비자 반응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핵심 가치다. 비즈니스 모델은 바뀔지라도 추구하는 방향과 기업 공감대를 지탱하는 힘이다.

리스크를 줄이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ESG를 핵심 가치로 두는 것이 스타트업 경영에 ESG를 적용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투명하고 다양성이 보장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는 것, 초기 경영진과 주주 간 이해관계 확립을 위해 독립적 시각을 제공하는 이사회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가장 중요한 ESG 경영일 것이다.

이는 스스로 성장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하길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데도 좋다. 실제 미국 초기 투자사 500스타트업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90% 이상 스타트업이 'ESG 경영이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환경과 사회 문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분위기가 '자신이 일할 곳'을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SG를 고려하는 것이 기업 스스로 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다.

벤처 투자자 입장에서 숱한 창업자를 만났다. 느낀 점은 '성공하지 못할 아이템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누가 하느냐가 그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많은 투자자가 스타트업 투자에서 '사람을 본다'고 말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 말에는 창업자가 생각하는 사업 크기, 상상력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가 그 스타트업이 성장할 가능성의 크기라는 말이 함축돼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기술 스타트업 창업 초기부터 기술과 ESG를 고려하는 것은 사업 범위를 좀 더 넓고 긴 시야에서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ESG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기보다 이를 기업 문화로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기업으로 도약할 시작점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때다.

김용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부대표 yongkeon@bluepoint.ac